[정보공원 산책] 분산처리와 지방자치화

인류문명이 발달하면서 여러가지 정치사회제도를 실험해 보고 가장 보편적으로 내린 결론으로는 개인의 자유존중과 지방자치화를 꼽을 수 있다. 지금 선진국으로 여기는 나라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실현했고 우리나라는 실현중이 며 옛 동구로 불렸던 나라나 개발도상국들은 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정보처리기술의 발전단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1960년대는 일괄처리(Batch Pro cessing), 1970년대는 컴퓨터능력을 작은 시간대로 나누어 여럿이 사용하는시분할처리 Time Sharing)를 그 특성으로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와 개인용컴퓨터 PC Personal Computer)나 워크스테이션의 등장으로 개인처리(Per sonal Computing)가 시작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엔 분산처리(Distr ibuted Computing)시대가 시작되었다.

분산처리는 컴퓨터 통신망에 연결된 여러대의 컴퓨터시스템들이 서로 도와한 목적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각 컴퓨터시스템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혼자 처리할 일은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여럿이 함께 처리할 일은 협력 하여 처리한다. 요사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클라이언트-서버(Cli ent-Server) 모형은 분산처리의 한 형태다.

1980년대 말까지 정보처리형태는 강력한 중앙집권식 처리였다. 회사마다 훌륭한 전산실을 갖추고 비싼 대형 컴퓨터를 설치해 전산자료를 모두 집중하여 처리하였다. 이 때를 기억하면 전산실에 근무하는 요원들이 몹시도 잘나보였다. 이 당시 회사조직은 전통적인 피라미드형태의 계층구조였고 의사결정은 상의하달형식이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 즉 고객중심이 아니었고 컴퓨터를 제공하고 다루는 이가 중심이었다.

1970년대 말에 처음 장난처럼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가 10여년간 수천만대가 보급되었다. 사용자들은 이 개인용 컴퓨터 덕택에 컴퓨터 문외한에서 똑똑한 이용자로 탈바꿈하게 됐다. 또한 1980년대 중반이후 개방시스템(Open Sys-te m)이 정착되고 있다. 기종이 다른 컴퓨터시스템사이에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능표준을 정하고 그 표준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개방시스템이라 일컫는다. 그래서 고객은 특정한 컴퓨터시스템 제공업자에게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표준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을 골라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조직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절차 재구축(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이란 이름으로 팀장제도나 자율성을 갖는 사업본부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회사들이 조직의 경쟁력 강화란 이유로 벌써부터 도입하였다. 이는 바로 기업수준에서 지방자치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가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올해엔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될 것이다.

분산처리기술을 단순히 정보처리기술의 발전단계에서 나온 기술적 결과물로 만 보면 우리사회의 발전양상과 너무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을 설명하기가 충분하지 않다. 우연한 일치인가 아니면 인류문명발전의 조류가 필연적으로 기술발전에도 반영된 것인가. 이 사실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결론은 내릴 수있을 것이다.

분산처리기술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의 정보처리기술이며 이 기술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조직경영에 잘 반영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살아남는 중요한 전략 이다. 이는 전산전문가들만이 다루어야 할 문제가 아니고 조직의 상위 의사 결정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분산처리기술을 적용하면 회사조직도 바꾸고 일하는 절차도 모두 바꿔야 할 필요가 있으나 전산 전문가들만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