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이든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 부도를 내지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해 한다. 용산전자상가내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부도에 대한 관심은 어느 기업보다 특히 더하다. 하나같이 상가내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를 부도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시피하다. 용산상가에서는 한달이 멀다하고 부도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관련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이곳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허다하게 터지는 부도의 규모가 어느정도이며 그렇게 많은 부도가 터지면서도 상가의 명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과연 무엇인지 늘 궁금해한다. 또 부도는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던지고있다. 용산전자상가의 부도는 지난 88년 상가가 개장되고 1년후인 89년과 90년 컴 퓨터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입주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용산상가내 부도가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91년경. 당시 조립PC업체였던 MSI, 우주컴퓨터, 컴퓨터랜드등이 쓰러지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당시 부도규모는 10억원미만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92년부터 부도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등 상황이 바뀌었다. 이때부터 1백억원대에 가까운 큰 부도 사건들이 연 2~3회에 걸쳐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10억원미만대의 부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빈번히 발생했다. 용산전자상가 개장이래 최대 부도사건인 우정전자부도건도 92년 발생한 것.
당시중견 PC유통업체로 잘나가던 우정전자는 1백억원에 가까운 부도로 무너졌고 이 여파로 문을 닫은 소규모 유통상들이 즐비해 관심을 끌었다. 그만큼 파장이 컸다.
이어 93년 여름에는 부동산재벌로 알려진 한맥이 80억원규모의 부도로 도중 하차, 상가의 조립 PC업체및 주변기기공급상 10여개 업체들이 수억원대의 피해를 보았다. 지난해에는 사운드카드업체인 성일정보통신과 삼성전자 주변기 기대리점인 한국바이테크가 각각 50억원, 80억원대의 부도를 내 충격을 던져주었다. 뿐만아니라 올해들어 지난달에는 N컴퓨터, E컴이 수십억원대의 부도를 냈고M 사 또한 최근 S건설에 넘어갔다. 부도규모가 모두 50억원대가 넘는다. 이와 관련 연쇄적으로 10억원대 미만의 부도를 낸 "잔챙이"부도업체는 부지기수 다. 뻔질나게 터지는 용산전자상가의 부도는 도대체 연간 몇억원이나 될까. 정확 한 집계는 어렵지만 용산의 부도규모는 93년 연간 4백50억원, 지난해는 6백 억원 정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유통산업의 볼륨확대와 함께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유통업체 관계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올해 용산상가내의 부도규모는 적어도 7백50억원을 거뜬히(?)넘어설 것이라는 것. 10억원대 부도업체로 계산 하면 75개업체가 올해 쓰러진다는 얘기다.
용산상가에서 벌어지는 부도사태는 최근들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다 대형 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천만원, 몇 억원에서 최근 20~30억원대가 기본이고60 70억원 1백억원대에 육박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상가내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아예 일정액을 미회수금으로 떼어놓고있다. 부실채권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자금회전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산의 부도는 정상적인 상거래를 통한 불가피한 부도 못지 않게 고의적인 부도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는 게 유통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지적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상가관계자들은 한국바이테크등의 부도를 한 탕주의를 노린 흑자부도로 꼽고있다. 이와함께 경쟁사의 전략에 의해 터지는부도 대리부도, 사채업자의 횡포로 인한 부도등 용산전자상가의 부도 백태 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는 게 이곳 관계자들의 얘기다.
용산전자상가의 부도가 덤핑, 밀수등 비정상적인 공급원과 각양각색의 유통 단계들이 맞물리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도가 또다른 비정상적인 유통행태를 부추키고 있고 이러한 검은 손이 또다른 부도를 부르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