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에서 직류전압을 떨어뜨리고 전압을 분압, 또는 정합해 사용하는 것을 통칭해 저항기(Resistors) 또는 "저항" "전기저항"이라고 한다.
저항기는 도전물질.반도체를 사용, 그 양끝에 전위차를 주는 핵심부품이다.
콘덴서.트랜스포머와 함께 3대 수동부품을 구성하는 저항기는 전자회로에선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이다.
그러나 핵심부품인 저항기의 가격은 몇푼 되지 않는다. 저항기의 개당가격은 95년 현재 대략 2원30전에서 3원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53년 화폐개혁이 이뤄진지 40여년이 흐르고 1천원짜리 지폐로 변변찮은 물건하나 사기가 어려워진 지금까지도 "전"이란 단위로 거래되는 몇안되는 품목의 하나다.
그러나 저항기가 전자기기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생산규모는 국내최대로 평가 받는다. 연간 국내업체들의 저항기생산량은 고정저항기 3백30억개를 포함해 총 3백60 억여개에 달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기.한륙전자 등 국내주요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칩저항기의 숫자를 더하면 훨씬 늘어난다. 칩저항기는 현재국내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증설작업을 감안할 때 연간 2백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단일품목의 생산량만을 놓고 본다면 저항기가 단연 국내최대인 것이다.
저항기의 생산량 및 가격과 관련한 작은 일화가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대통 령에 당선되기 1년전 민주자유당 대표위원시절 자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구로 공단에 있는 한육전자를 방문한 일이 있다.
정세능한륙전자사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생산라인을 둘러보던 김영삼대표의 생산량과 관련된 질문에 4억개정도입니다라고 답했는데 이에 김대표가 "이 조그마한 공장에서 한해동안 4억개라니엄청납니다 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생산직원 한명이 "연간이 아니라 월 4억 개입니다. 한달 생산량만으로도 전국민에 1인당 10개씩 나눠줄 수 있다"고 정정하자 이에 김대표를 비롯한 수행의원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더군요. 잠시후 "근로자수는 얼마나 됩니까"라는 질문이 뒤를 이었고 이에 4백명입니다 라고 응답하자 한사람의 근로자가 한달에 1백만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김대표가 다시 놀라워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렇게 많이 생산하는데 월 매출은 얼마나 됩니까"라는 다른 수행의원의 질문이 뒤따랐고 이에 "근로자 당 12억원이나 됩니다"라고 대답하자 김대표를 비롯한 수행의원들은 기대밖이라는 듯 "겨우"라는 탄성이 동시에 흘러나왔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모든 전자제품에 적게는 수개에서 수십개씩 사용되는 범용부품이기도 한 저항기는 말 그대로 가장 흔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이다.
저항기는 허용오차내의 저항치를 흘려보내는 단순역할을 하면서도 전자기기 의 기본성능확보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지난 91년 모가전업체에서TV를 수출했다가 단가가 3원도 안되는 저항기가 녹아내려 전량반품당한 사례 는 유명한 사건이다.
90년초 새로 부임한 상공부(현 통상산업부) 서기관이 전자부품산업을 점검하 던중 한 저항기업체 J사장에 전화를 걸어 "그 회사는 왜 직수출은 없고 로컬 수출(전체매출의 95%를 차지했음)만하는 겁니까, 직수출이 주가 돼야하지않겠습니까 라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에 J사장은 "상공부가 책임만 져준다면 직수출비중을 95%로 늘릴 수 있습니다. 수출용 전자제품에의 공급도 모자라는데 저항기의 직수출을 추진한다면 주요 가전업체들의 수출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응답하자 해당서기관이 할말을 잃었다는 일화도 있다.
저항기가 국내에서 발 붙인지도 어언 30년이 됐다. 생산업체수도 50여사에 달하고 있고 일본기술에 의존했던 초창기와 달리 현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기술자립단계로 초기와 비교하면 가히 벽해라 할수 있다.
이러한 국내 저항기산업은 65년경 부산 온천2동에 위치했던 금성사(현 LG전 자) R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조시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