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뒤에는 항상 그들이 있다" 용산전자상가의 속설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부도가 터질 때마다 항상 어떻게든 관련돼 있는 그들은 바로 용산의 야사를 엮어가는 사채시장의 큰 손과 악덕 사채업자다.
용산상가내 상인들이 대표적으로 꼽는 악덕 사채업자는 H씨와 D사의 K사장.
사채업자이면서도부실채권 해결사로 잘 알려진 이들은 현재 용산전자상가내 의 뒷얘기를 이끄는 주연급 인물이라는 게 상가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쉽게 말해 용산에서 부도로 쓰러진 사람중 이들과 관련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게 상가관계자들의 설명이다.
"H이사"로 알려진 H씨는 청계천시절부터 전자유통시장에 몸담아 온 대표적 고리대금업자. H씨에 대한 유통상들의 원성이 높은 이유는 단순한 "돈놀이" 가 아니라 거액의 자금을 동원해 물건을 할인、 인수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이른바 "꺾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채무불이행시 물건과 매장을 챙기는 일은 기본이라고 상가관계자들은 말한다.
상가관계자들중 H씨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으로 긍적 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 이들중 일부는 "고금리의 자금을 쓰는사람이 잘못이지 돈 대주는 사람이 무슨 잘못이냐"며 오히려 이들에게 돈 빌리는 상인들을 꼬집는 사람도 있다.
또다른 유명 사채업자로는 K씨와 S씨가 꼽힌다. K씨는 대구에서 C사를 운영 하다 서울에 입성、 사채업자로 이름을 날리다 현재 은퇴했고 S씨도 현재 2선으로 물러 앉은 상태.
이들 못지 않게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이 일본 M사의 CD-롬 드라이브 주력공급업체인 D사 K사장. "부실채권 회수의 귀재"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K사장 에 대한 풍문은 "D사와 거래하면서 부도를 내지 않은 업체는 거의 없다" "D 사와 거래를 하면서 돈 떼먹을 생각은 하지말라"는 것등으로 요약된다.
K사장의 경영수완이라 할 수 있는 수법은 아주 간단하다. 미수금은 무슨 수를 쓰든지 반드시 회수한다는 것.
K사장에 대한 상인들의 원성은 가격질서를 무시한 상거래와 무리한 자금회수 과정에서 빚어지는 부작용 때문.
용산상가 관계자들은 D사의 경우 거래를 통한 이익확보가 우선인지, 담보확보를 통한 채권 행사가 우선인지 분간키 어렵다고 지적한다.
D사는 자금 압박에 처한 업체에게 제품을 긴급히 공급하고 다시 덤핑가로 인수 재덤핑처리하는 등의 과정으로 이뤄진다는 것. 물론 이는 짜여진 각본 이며 이 과정에서 거래처의 담보는 순식간에 D사로 넘어간다는 게 상가관계 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D사는 항상 다 쓰러져가는 업체와의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 방식으로 부도를 맞은 업체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현재 재기중인 사람만도 5~6명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3년 80억원규모의 부도로 쓰러진 H사가 이의 사례로 꼽히는 대표적인 업체. H사는 D사와 상당액 규모로 거래를 해오던 업체였으나 갑작스런 D사의 거래 중단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하지만 D사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구리시에있는 H사 소유 시가 60억원규모인 임야를 담보로 받아놓은 상태여 서 미수금은 물론 이의 이자까지를 포함、 20억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때 컴퓨터시장에서 유명했던 K사、 H컴퓨터、 S사、G사、 A컴퓨터 、 C사등도 D사와 거래를 하다 도중하차한 업체들이다. 반면 이들 업체들이D 사와 거래를 하다 거액의 채무를 갚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로인해 용 산상가에서는 "부도로 인한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D사에 물어보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K사장은 부실채권 회수에 독보적인 해결사답게 전담 인원을 동원、 국내는 물론 미국、 홍콩등 해외에까지 채무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D사와 거래를 하다 쓰러진 업체의 부도액 누계만도9 0억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K씨는 "거래처를 쓰러뜨려 돈을 버는 업체"라는 의혹을 받고있기까지 하다.
K사장에 대한 평가 또한 양분돼 있다. "자신을 믿게한 후 자기몫만 철저히 챙기는 악덕업자다"、 "거래를 하다 발생한 부실채권을 회수하려는 것은 당연하며 무리한 거래를 하다 부도를 낸 업체가 잘못"이라는 등의 상반된 평가 를 받고있다.
사채업자의 득세와 악덕업자의 횡포는 결국 무자료거래의 관행을 더욱 고착 화하는 동시에 건전한 유통질서를 뒤흔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