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청, "MS 완성형안" 수용 배경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측이 주장해온 1만1천1백72자만의 완성형자를 기존의 첫가끝조합형방식과 함께 유니코드용 한글구현방식으로 추가 수용키로 한 것은 서로 상반된 2가지의 극명한 득실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MS를 포함한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얻게 되는이득으로는 신규 투자하지 않고도 한글구현이 쉽고 별다른 기술적 어려움도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KS완성형 코드방식으로 짜여진 현재의 대부분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정부안으로 수용된 MS안이 같은 완성형이면서 KS완성형코드와 다른점은 전자 가 1만1천백72자의 현대어를 무난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후자는 빈도수가 높은 2천3백50자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1만1천1백72자는 초성.중성.

종성구조를갖는 현대 한글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문자를 말한다.

MS안은 바로 이제까지 사용해온 KS완성형코드를 일부 보완、 이를 유니코드에서도 그대로 사용한다는 발상이다.

따라서 대다수 프로그램개발자들은 신규투자와 새로운 기술개발이 요구되는 첫가끝조합형보다는 MS안을 한글구현방식으로 택할 확률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번 공업진흥청 문자코드전문위원회가 MS안을 수용하면서 첫가끝조합형도함께 표준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를 염두에 둔 계산이라 할수 있다. 즉 92년에 채택한 첫가끝조합형을 비난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면 으로 뒤집기보다는 복수표준을 정해놓고 다른 한쪽을 자연 도태시키는 방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에 복수표준으로 수용된 MS안은 5천여자 이상인 우리 고어를 전혀 표현할 수 없는데다 현재 대다수 프로그램개발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일반 조합형 수용의견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MS안의 골간이 되는 완성형은 또 초성.중성.종성을 조합하여 의미를 나타내는 한글고유의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92년 정부안으로 채택돼 유니코드를 추진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 O)에 의해 받아들여진 첫가끝조합형은 바로 이같은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고안됐다. 첫가끝조합형은 또 80년대 중반이후 10년가까이 끌고 있는 완성형-조합형논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수용하고 있다.

첫가끝조합형은 특히 현대어는 물론 고어등 한글이 나타낼 수 있는 모든 문자를 2백40자의 한글자소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완성형코드가 갖는단점들을 해결하고 있다. 2백40자의 자소세트는 당시 문화부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쳐 공업진흥청에 추천、 채택된 것이다.

반면 첫가끝조합형의 구현은 지금까지 KS완성형 위주로 진행돼온 국내 프로 그램개발환경에서 기술적으로 익숙지 않을 뿐더러 모험 가능성이 많다는 단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많은 국내 프로그램개발자들은 신규투자가 필요한 첫가끝조합형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핵심 운용체계를 공급하는 MS측으로서는 첫가끝조합형을 채택하는 것보다는 여론 이 나빠지더라도 기존 완성형을 고집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니코드가 향후 최소한 30~40년동안 세계 컴퓨터환경을 지배하게 될 새로운 질서체계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MS안수용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새로운 질서체계가 탄생되는 만큼 당장은 어렵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첫가끝조합형을 택하는 것이 한글정보화는 물론 국내컴퓨터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번 MS안 수용을 놓고 공업진흥청 문자코드전문위원회 위원들간에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위원들사이에서는 특히MS가 92년 첫가끝조합형 결정 당시에는 침묵하다가 최근 "윈도즈NT"의 한글 화등 당면문제가 산적하자 개정을 들고 나왔고 이를 우리정부가 수용하게 된과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MS안 수용은 MS가 ISO측에 직접 요구、 현재 유니코드의 다국어 문자판(BMP)에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6천6백56자의 한글완성형자들과 새로 추가되는 4천5백16자를 한 곳으로 모아 가나다순 배열이 가능토록 추진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