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음비법" 전면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2)

지난 20일 열린 "음비법개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문화체육부의 하진규 문화산업국장은 "이전의 음비법은 없는 것으로 보고 백지상태에서 이 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중 삼중으로 마련돼 있는 현행 음비법의 각종 규제가 국내 문화와 관련산업 모두를 병들게 하고있다는 문체부의 인식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고할 수 있다. 그만큼 문체부는 이번 음비법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음비법의 각종 규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완화 또는 철폐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문체부는 음비법을 개정하기 위해 마련한 내부시안성격의 "음비법 개정계획 서"에서 "과거 행정편의적 규제와 절차를 과감히 축소 폐지하고 행정권한의 위임및 위탁폭을 확대하겠다"고 개정 방향을 밝히고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문체부는 *음반 및 비디오물의 수입허가제를 추천제로 완화하고 *복제 허가제를 폐지하며 *비디오물에 한해 사전제작 신고제 를 폐지하고 *수출추천제도의 폐지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반입허가제를 공 연윤리위원회에 위탁하며 음반의 사전심의제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문체부의 안중에서 현재 가장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음반 의 사전심의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음반은 제작이전 단계에서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격이다. 따라서 음반 사전심의제는 특히 국내가요의 창작열의를 막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창작이라는 예술의 영역이 문체부의 행정에 의해 스크린되고 있는 것이다.

즉문체부의 시각에 벗어나는 가요는 창작자체가 금지되기 때문에 우리 대중 문화를 문체부의 잣대로 획일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법정 투쟁도 불사하고 있는 가수 정태춘 씨는 이 제도를 "사전 검열제도"라고 못박고 있다.

정태춘씨는 이번 "공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 제도는 일제 시대인 1930년대에 제정、 식민 통치의 수단으로 악용됐고 해방 이후 군사 정권 하에서도 역시 그들의 통제적 문화통치수단의 일환으로 계속 시행되어온 반민주적 반문화적 제도의 잔재"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문체부가 국민정서나 국익에 해가 되는 음반의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사전심의제를 도입코자 한다면 현재 공륜의 심의제도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의식이 성숙한만 큼 좋고 나쁜 음반의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하고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 제도를 자진 신고제로 바꾸자는 의견도 개진됐다. 음반 의 창작자 스스로가 판단해 문체부의 시각을 기준으로 문제가 있을 것으로보일 경우 제작전에 스스로 신고해 문체부의 심의를 받게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는 절충안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문체부는 "계획서"에 폐지를 포함해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는 했지만 전면 폐지는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문체부가 내놓은 규제완화안 중에서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조항은 음반 및 비디오제작사의 시설기준 폐지문제이다. 이것은 현재 사문화되어 있다시피한 등록기준자체를 폐지해 누구나 음반및 비디오 제작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시설 기준의 폐지는 *업체의 난립을 가져와 불법 제작물의 유통이 확대될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외국 음반 및 비디오 업체들 에게까지 이 사업의 토대인 제작 부문을 개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현재 현실성이 없는 시설 기준을 복제업체、 포스트프로덕션 등으로 세분화해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기득권의 고수차원을 떠난 현실적인 대안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음반 및 비디오제작사들의 단체인 음반협의 안영호부회장은 "문체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 완화와 철폐는 찬성하지만 등록시 시설기준폐지는 현재도 우후 죽순 격으로 난립되어 있는 업계의 현실을 감안할때 폐지할 경우 앞으로 영세업자들의 조잡한 행위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안부회장은 "수출추천제를 폐지할 경우 저작권의 확인 추천이 필요하다 "는 의견을 밝혔다.

문체부가 안으로 내놓지 않은 것중에서는 현재의 음반및 비디오제작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해야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주교 변호사는 이번 공개토론회에서 음반및 비디오의 제작.배포.판대.대여 업자들이 음비법의 규정을 어겼을 경우 가해지는 처벌에 대해 "현재 음비법 상의 제재가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사회에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면에서바람직한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날 행정이 다양화되고 전문화됨에따라 행정 행위의 실행을 위해 부과금、 가산금、 공급 거부、 명단공표、 인허가의 철회 등 다양한방법 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