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컨버터 공급업체 어려움

정부의 케이블TV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국내컨버터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수주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데다 케이블TV방송차질의 "주범"이 컨버터로알려지고 있는데 대한 반감도 크다. 케이블TV가 정상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3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우선 방송국과 각 가정을 연결 하는 방송전송망이 완벽하게 구축되어야 하고 두번째로 단말기역할의 컨버터 가 공급돼야 한다. 끝으로 이들이 호환성을 갖추면서 각기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조율이 필요하다. 물론 업계측은 컨버터가 케이블TV방송차질에 따른 어떠한 원인 제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케이블TV 차질에 따른 책임공방 와중에 힘없는(?) 컨버터업계만 "동네북"이 되고 있다는 푸념이다.

케이블TV의 기본조건인 전송망구축은 한국통신과 한국전력간의 갈등 등의 원인으로 인해 현재 50%도 진행되지 않았다. 본방송을 2개월이나 연장했지만 가입자는 1만3천여가구에 불과하다. 하부구조가 부실하니 방송사업자들은 자연히 컨버터주문을 미루고 있고 이미 구매계약을 체결한 물량도 잘 가져가지않고 있다. 그렇다고 단기간내에 하부구조가 완성돼 대량주문이 쇄도할 가능성도 희박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컨버터시장이 매우 불투명하다.

실제로 국내업체들이 생산한 컨버터는 5만6천여대이지만 공급량은 미국.일본 산 조립품을 포함、 2만3천대에 불과하다. 더욱이 2월까지의 공급량은 외산 이 1만5천여대로 국산(7천3백50대)을 두배이상 앞지르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기반기술 및 시장확보를 겨냥、 공동작업으로 한국형 컨버터를 개발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국내업체가 생산하는 컨버터가 기능상 문제가 있어 이같은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은 현재 생산하는 디스크 리트타입제품이 한국형과 차이점이 없다고 설명한다. ASIC(주문형 반도체)화 하지 않았을뿐 기능은 같은 것이며 원가는 더 든다고 한다. 비록 초기에 ASI C칩의 수급문제로 이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충분한 양을 미국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주문만 있으면 공급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스크리트타입이 양방향커뮤니케이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현재 공급중인 컨버터에 이 기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입자 댁내에 설치되는 분배망 증폭기에 양방향기능이 없기 때문에 컨버터에만 비난을 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분배망에 컨버터를 맞추어야 하는데현재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스템호환성은 컨버터업체로서도 어쩔 수 없는 난제다. 컨버터는 단말기성 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송국의 송출 레벨과 컨버터 레벨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각 방송국의 방송장비는 물론 댁내 여타 기기와도 시스템호환 성을 직접 점검하는 세심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방송사업자들이 방송장비를 따로 들여놓고 가입자 댁내 설비공사는 별도로 하고 있는데다 컨버터는 컨버 터대로 공급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호환성 체크 및 실제 운용상 문제점의 사전점검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복합요인으로 현재 삼성전기와 LG전자부품만이 그나마 라인을 가동하고 있을뿐 나머지는 생산라인을 갖춘 곳도 별로 없다. 설사 주문이 있다해도현상황에서는 수백개미만의 소량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영업이나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어 대부분 관망하며 사업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면포기선언을 한 업체는 대우전자뿐이며 나머지는 ASIC칩 등 부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여건이 좋아지면 언제든지 "실전투입"이 가능하도록 "전투태세"는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형 컨버터의 부품확보량은 13만개에 이른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다. 삼성전기와 LG전자부품이 국산 컨버터를 독식한채 외산과 대결하는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생산능력뿐 아니라 관련기술까지 이미 확보한 대표적인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럴경우 정부가 나서서라도 외산을 제어하고 나머지 국내업체들에게 최소한의 시장을 열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