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음비법" 전면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3)

문화체육부는 그동안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의 개정을 추진 하면서 각종 규제완화와 함께 관련 산업의 진흥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특히 영상 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육성을 선언적으로 명시한 영상진흥기본법 이 지난해말 통과된 데 이어 "영화법""공연법"등과 함께 영상진흥기본법 의 하위법 성격을 띤 "음비법"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체부는 어떤 형태로든 육성의지를 보여줘야 할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다소 차이가 있다. 문체부는 비디오 음반 신종매체산업 을 육성할 수 있는 진흥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문체부는 지난달초 "예탁금제의 시행검토"라는 진흥책이 포함돼 있는 "음비법 개정계획서"를 내부적으로 마련해 업계관계자 및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지난 20일 "공개 토론회"를 위해 배포한 공식 보도자료에는 이 내용이 삭제됐다. 문체부는 진흥책으로 마련한 이 제도에 자신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문체부의 개정계획서에서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문체부가 진흥 책으로 염두에 두고있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제작업자의 등록제도개선안" 이 그것이다.

문체부는 현재 음반 및 비디오물의 단순복제업체만을 규정한 제작업자의 폭을 *현재와 같은 복제업체 *기획제작업자 *수입업자 등으로 세분화해 각 업태별로 등록을 받겠다는 의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까지 대기업들은 음반 및 비디오의 제작업(복제업)이 중소기업 고유업종 이라는 규제에 묶여 실질적인 사업 주체임에도 법적으로는 음반 및 프로테이프를 제작할 권한도, 내용에 대한 책임도 없었다.

만약 문체부가 계획서대로 제작업자를 3개 업태로 세분화한다면 외국메이저 대기업 및 계열관련업체 등 이제까지 음비법의 테두리 밖에 있던 업체들 을 이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 들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또한 CIC、 폭스 컬럼비아 등 국내에 지사를 설립해 비디오를 직접 배급하고 있는 할리 우드메이저들도 음비법상으로 사업의 주체로 자리잡게된다.

바로 여기서 문체부가 생각하는 진흥책의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즉 실질적인 사업의 주체들을 음비법안으로 끌어 들여 놓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산업의 진흥을 위한 제도를 마련할 경우 그 진흥의 책임이 고작해야 복제업체나 판매 업체 또는 비디오대여업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있는 대기업과 외국배급사들에게 어떤 형 태로든간에 진흥의 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업자의 세분화는 긍정 적인 평가를 받고있다.

또한 영상.음반 소프트웨어의 제작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기획제작사를별도의 업태로 구분한 것도 향후 국내 영상 음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작 지원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업태의 세분화는 또한 민간단체의 역할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의 음비법에는 "업종에 따라" 문체부산하의 사단법인체를 결성할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이에따라 현재 음반 및 비디오물 제작사(복제 사)들의 단체인 "음반협회"와 음반.비디오의 도소매 대여 업자들의 단체인 한국영상음반판매대여업협회 등 2개의 단체가 구성돼있다.

만약 문체부의 안대로라면 당장 2개 이상의 단체 구성이 가능하며(신종 매체 관련 단체는 제외) 각 업종 업태별로 전문화된 단체들은 산업 발전에 도움이될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제작업자의 세분화는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라는 규정을 사문화시켜 대기업은 물론 외국 업체들의 시장 참여의 빗장을 열어 제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은 설득력을 지닌다.

이와 관련, 안영호 한국음반협회 부회장은 "현행 제작업자를 세분화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그 이유에 대해 "외국 법인(직배사)의 활동이 현재 국내기업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입업자의 등록으로 유통과 수입、 배포의 문호가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대기업 및 외국 메이저들이 관련 산업을 수직으로 통폐합함으써 시장을 독점하는 폐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의 시장독점은 건전한 산업의 발전을 해치는 것은 물론 특히 음반 및 비디오가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문화독점 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문체부의 이번 개정안중에서 가장 큰 골격인 이 문제는 시행의 당위성과 득이 더 많은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이 제도의 시행에 따른 역작용과 우려를 막아내는 보완책이 함께 따라야 할 것이다.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