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컴퓨터업체및 조립 PC공급업체들이 PC의 중앙처리장치인 CPU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CPU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도소매 CPU물량도 요즘은 아예 찾아보기 힘든 데다 최근에는 CPU대체품으로 인기를 끌던 ODP、 ODPR마저 동이 나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렇다면 왜 CPU가 모자라는가.
CPU및 ODP、 ODPR품귀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CPU독점공급업체인 미국 인텔 사의 판매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CPU시장의 절대강자인 인텔은 95년상반기를 기점으로 펜티엄시대를 본격 전개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486시대를 서서히 마감하고 고부가제품인 펜티엄을 앞세워 586시대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의 이러한 펜티엄드라이브정책은 이미 1、 2년전부터 공론화돼왔다.
인텔은286에서 386、 386에서 486시대로 이전될 때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으며 이러한 CPU판매전략은 그동안 전혀 무리없이 진행돼왔다.
이 때문에 컴퓨터세대변화는 오히려 컴퓨터업체보다는 인텔에 의해 주도된 게 사실이다.
95년을 기점으로 펜티엄에 대한 인텔의 기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IBM으로 대표되는 "파워 PC칩"진영의 반격이 만만찮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 CPU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인텔의 독주가 서서히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인텔은 586시대를 앞당겨 초기시장을 완전 석권하고 "P6"로 불리는 차세대 칩을 계속해 출하、 CPU시장의 독과점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즉 추격자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 인텔의 기본전략이다.
하지만이러한 전략에 제동을 거는 악재가 터져나왔다.
바로펜티엄결함파동.
인텔은 본격적인 펜티엄 PC성수기를 앞두고 펜티엄의 잇따른 오류발생으로 곤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펜티엄으로의 세대교체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칩결함을 이유로 펜티엄의 양산시기를 늦출 경우 중대한 시장판도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애초의 펜티엄양산스케줄을 그대로 전개하고 있다.
CPU파동의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펜티엄 돌풍을 준비중인 인텔의 전략과는 상반되게 국내 PC시장은 최근 완전히 486계열 멀티PC열풍에 휩싸여 있다.
펜티엄 칩결함파문으로 펜티엄 PC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극히 부정적이 기 때문이다.
실제 용산전자상가및 주요 대형 PC유통업체 매장의 경우 펜티엄 PC를 구입하려는 구매자들이 칩결함을 들어 구매를 꺼리고 있는데다 기구매자의 경우 반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반해 멀티미디어기능을 추가한 486계열의 PC는 제품만들기가 무섭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 2월에는 대부분의 업체가 공급부족사태를 빚고있을 정도다.
겨울방학및졸업、 입학등 겨울특수 동안 486계열 멀티PC열풍은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 PC영업담당자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인텔사는 펜티엄을 이을 686계열 "P6"칩을 발표해 오히려 펜티엄PC의 대기수요를 자극、 펜티엄 PC의 판매부진을 자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인해 95년에 접어들면서 펜티엄 PC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PC시장의 주력제품군으로 발돋음할 것이란 전망은 완전 빗나갔으며 멀티기능의 486 PC가 여전히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텔은 486계열 CPU공급량을 점차 줄이고 이어 ODP、 ODPR 또한 대폭 감축하고 있다.
인텔은 특히 펜티엄 무상교체를 위해 486 CPU생산라인을 펜티엄생산라인으로전환 486생산량을 더욱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미국 PC시장이 최근 폭발적인 장세를 기록、 세계적인 CPU품귀조짐 을 빚고있는 것도 국내 CPU파동의 또다는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CPU및 ODP、 ODPR파동은 이미 계획된 세대교체스케줄에도 불구하고 펜티엄에중대한 오류가 발생하는 돌발사태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486계열 CPU파동은 펜티엄으로 넘어가려는 인텔의 정책이 확고한 데다 AMD、사이릭스등 인텔이외 CPU업체들의 판매량이 극히 미미한 점 때문에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PC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PC시장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CPU구 득난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됐다.
이와함께 모니터를 비롯한 컴퓨터 주변기기시장 또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전망하고 있다.
CPU가 동이 남에 따라 대규모 CPU밀수가 잇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일부에서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이미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끊이지 않고있다.
여하튼 이번 CPU파동은 한 품목을 독점하고 있는 업체의 위력과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위험부담이 얼마나 큰 지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