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이 필요없는 병원" "간호사가 환자간호에만 충실해도 되는 병원" "각 종 행정절차가 간편한 병원". 환자나 보호자들이 원하는 병원이다. 동시에 병원 스스로도 이런 병원이 되기를 원한다. 대개의 병원들은 "병동OCS(처방 전달시스템)"가 자기의 병원을 그렇게 탈바꿈 시켜 줄 것이라 믿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병동OCS"의 의미와 현황 그리고 구축의 필요성과 실패이유 등을 2회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주> OCS는 처방전달시스템을 말한다. 의사가 내린 처방을 컴퓨터 네트워크로 처리함으로써 인력과 처리시간을 대폭 줄이는 게 목적이다. 그리고 OCS는 크게 외래OCS 와 "병동OCS"로 나뉜다. 전자는 외래환자에 대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이고 후자는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병원들이 구축한 OCS는 대개가 외래OCS였다. 병원들이 병동 OCS보다 외래OCS에 치중했던 것은 전자에 비해 후자가 구축과 활용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이었다.
OCS의 핵심은 의사가 처방을 PC에 입력하고 그 내용이 네트워크를 타고 각지원부서로 전송된다는 점이다. 또 지원부서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검사、 투약 등 각종 조처를 끝내면 그 결과가 다시 의사의 단말기에 자동으로 전송 되고 의사가 확인、 차후 처방에 이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외래환자 보다 입원환자를 처리하기가 어려운 데는 몇가지 이유 가 있다.
우선 입원환자는 외래환자보다 훨씬 많는 지원부서를 필요로 한다. 외래환자 의 지원부서는 약국、 검사실、 방사선실 등 많아야 4곳 정도다. 그러나 입원환자의 지원부서는 크게 늘어난다. 외래에 없는 지원부서만 해도 수술실、 마취실、 응급실、 EKG、 임상병리실 등 10곳 이상이다. 따라서 병동OCS를 구축、 활용하기가 훨씬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병동OCS는 외래OCS를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심한 부서간 갈등과 직면해야 한다. 즉 입원환자에 대한 병원 업무를 전산으로 처리하는 데 병원 각 부서 간 요구 차이가 심각할 정도로 크다는 얘기다. 의사와 간호사의 요구가 다르고 간호사와 지원부서의 요구가 다르다. 각 지원부서끼리의 요구의 차이도 심각하다. 병동OCS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 요구를 모두 수렴、 하나의 표준업무를 추출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부서도 양보하지 않는다. 어느 부서나 자기 부서가 전산화의 핵심 대상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적당한 표준업무를 설정하지못할 경우 심지어 전산화로 인해 업무가 더 힘들어졌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부서도 나올 수 있다.
병동OCS가 외래OCS에 비해 어려운 까닭은 또 있다. 외래환자는 한 번 처방을 내리면 대부분 그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입원환자에 대한 처방은 수시로 바뀐다. 환자의 병상이 늘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같은 환자 에 대해 수련의와 전문의의 처방이 다르다. 시스템은 이를 끊임없이 반영해 야 하고 간호사를 비롯한 각 지원부서는 항상 충실한 군인처럼 이에 대처해 야 한다. 따라서 과정은 복잡해지고 처리해야 될 일은 많아진다.
이런 이유로 병원들은 병동OCS보다 외래OCS 구축에 치중해왔다.
그러나이제 병원에서 "OCS를 했다"는 말은 "우리 병원은 외래OCS는 물론 병동OCS도 구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병동OCS는 그만큼 어렵다. 반면 그 효과는 외래OCS에 비해 훨씬 크다. 병원에서 입원환자로부터 얻는 수익은 일반적으로 70% 정도이며 외래환자는 30%를 차지할 뿐이다. 이 말은 병원업무 의 70%가 입원환자에 귀속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동OCS가 지금 병원들 에 현안이 되고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병원관계자 대부분은 병동OC S가 병원경쟁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