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에는 유통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들도 유통업계의 부침에 따라 많은 굴곡속에 살고 있다.
최근 용산전자상가내 굵직한 2개 유통업체에 종사하던 영업베터랑들이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 업체에서는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게 도와주는 반면 또다른 한 업체는 삭막한 용산 상거래의 모습을 보여주듯 냉정하게 관계를청산하는등 상반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훈훈한 인간미가 넘치는 업체는 국내 최대 반도체유통업체인 석영전자. 이 회사의 영업을 총괄하다시피 했던 최승만이사가 최근 정든 회사를 떠나 독립 하기로 하자 석영전자측은 최씨가 독립회사를 꾸리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
최씨는 석영전자가 청계천 매장을 개장하면서 이 회사에 입사, 13년째 몸담고 있는 사실상 석영전자의 창업공신과 진배없는 인물.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최씨에 대해 "석영전자 반도체 유통사업을 이만큼 이끌어온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석영전자 문기종 사장의 신임이 남달리두터웠던 최씨가 독립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말. 문 사장은 독립하는 최씨를 위해 "석영전자"라는 브랜드명은 물론 석영전자가 취급하는 반도체 품목을 대부분 취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훈훈한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다.
문사장의 "자기 사람에 대한 배려"로 최씨는 지난달 선인상가 21동에 "석영 일렉트론"이라는 어엿한 매장을 마련, 이미 영업에 나섰다. 상호명만 봐서는석영전자의 계열사쯤으로 여겨지는 석영일렉트론은 석영전자와는 전혀 무관 한 개인회사다.
석영일렉트론의 부사장 직함을 단 최씨는 "석영전자에서 취급하는 것을 대부 분 판매하게 되는데 이는 모두 문사장의 배려 때문"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 컴퓨터 및 산업용 반도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석영일렉트론이라는 회사의 설립과정은 오히려 아는 사람을 이용, 자기 몫을 챙기는 용산전자상가가 삭막함속에서도 인간애 넘치는 구석이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일본산 CD-롬 드라이브공급업체인 동인무역은 10년가까이 근무해오다 회사를 떠나는 사람에게 부실채권을 완전해소할 것을 요구하는등전형적인 용산의 비정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을 거의 총괄하다 시피한 S이사와 K부장은 회사 내부갈등 때문에 타회사로 옮기려 하자 동인무역측은 이들에게 그간 영업실적중 부실채권을 완전 해결하고 퇴직할 것을 요구한 것. 이 때문에 이미 1, 2개월전에 퇴사의사를 밝힌 이들은 그간의 부실 채권 업무에만 매달려 있으나 이 일마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현재 이러지 도 저러지도 못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나마 K부장만 현재 D시스 템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K부장은 주변기기 유통분야의 인재로 동인무역 K사장의 오른팔로 불릴 만큼영업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게 상가 사람들의 평가다. 현재도 동인무역에 머물러 있는 S이사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이 회사의 주변기기 유통사업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용산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동인무역의 요구는 흔하고 당연할 수 있지만 그간 회사에 기여한 공로를 생각하면 나가는 사람을 잡고 외상해준 영업대금을 모두 회수해놓고 나가라는 것은 너무한 것"아니냐는 반응이다.
용산전자상가는 이같은 수많은 영업 베테랑들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지만 이들의 변신은 이렇듯 극과 극을 달리는 게 용산의 생리다. 이들 양사의 유통 경력자들이 앞으로 어떤 변신을 할지 그리고 남아있는 이들 유통업체에게 는 어떤 변화가 있을 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