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일 디자인프로젝트사 수석디자이너;에르하르트

"디자인 라운드"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제품 디자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업체들도 디자인 경쟁력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KIDP)이 중소업체의 디자인 경쟁력향상 지원사업 의 하나로 펼치고 있는 선진국 디자이너 초청지도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래한 성광전자를 지도한 독일 디자인프로젝트사의 수석디자이너 에르하르트 막 스씨를 만나 유럽의 디자인개발 현황과 한국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지역에서 한국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는.

*최근들어 많이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값싼 상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뚜렷한 특징이 없는 "얼굴없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도 수년전에 골드스타(LG전자)의 카세트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한국제품인지는 최근에야 알았다.

-디자인과 관련、 한국제품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디자이너 입장에서 볼 때 한국제품은 디자인이 너무 빨리 큰 차이로 변한 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디자인만 가지고는 한국상품 고유의 이미지를 파악하기 힘들다. 즉 한국상품만이 풍기는 독창적인 요소가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디자인이 빠르게 변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당연한 일이아닌가. *물론 파격적이라는 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디자인의 수명이 짧고 디자인이 브랜드와 함께 소비자에게 고유의 이미지를 심는 것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독일업체들의 경우 디자인에 있어서도 전통미를 강조하고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과거와 미래의 조화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므로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제품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엔 일반적으로 내구성과 편리성을 강조한다.

-한국 가전제품의 취약점이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볼 때 기술적으로 너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흠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기능이 많고 조작이 어렵다. 지나치게 완벽한 기능은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인간적 즐거움、 예를 들면 직접 요리를 할 때 맛볼 수있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박탈해 버린다는 점에서 아쉽다.

-유럽지역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 추세는.

*환경보호에 대한 고려가 디자인에도 많이 반영되고 있다. 이제 제품을 사거나 팔 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버릴 경우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것과 발맞춰 디자이너에 대한 기대수준도 상향되고 있다. 유능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

*예술작품이 아닌 상품을 만드는 산업디자이너들에겐 기술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독일에서는 엔지니어 출신 디자이너가 많다. 대학에서도 산업디자인은 인문계라기보다는 이공계에 가깝다.

또한마케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머리가 녹슬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뚜렷한 자기 주관이라고 믿는다.

-독일에서 상품의 디자인 채택시 디자이너의 영향력은.

*물론 최종결정은 경영자나 발주자가 한다. 그러나 디자인 개발을 위한 전반적인 계획과 비용산정에 있어 디자이너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듣는다. 그리고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