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신 국부론

우리나라가 한창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수립해놓고 수출을 독려하던 시절에는 1인당 GNP가 높은 나라, 연간 수출액이 많은 나라가 국력이 강하고 잘사는 나라인줄 알았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요, 국력이 강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21세기가 몇년 앞으로 다가선 요즈음에는 국가적으로 정보화가 이루어져 정보가 많이 축적되어 있고 정보유통이 활발한 나라가 국력이 강한 나라로 평가된다. 뭔가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중요성은 역시 전쟁과 관련하여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금부터 대략 30년전, 60년대말께 중동에서 일어났던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일방 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자국의 전체 영토보다 더 넓은 시나이반도를 모두 차지하고 말았다. 그 당시 전쟁 당사국이었던 이스라엘은 인구 영토 군사력 총GNP 등 국력을 나타내는 어떤 수치에서도 이집트에 절대적인 열세에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이스라엘은 파죽지세로 이집트를 무너뜨리고말았다. 이스라엘 군인의 사기나 애국심이 이집트 군인보다 훨씬 더 높았기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우수한 정보수집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집트 군대의 동향을 훤히 알고있었던 점이 일방적인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군사평론가들이 결론짓고 있다. 몇년전 독일이 통일되는데에는 소련의 동독에 대한 영향력 감소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대한 군사력 우위보다는 서독의 국영 방송인 ZDF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서독 방송 ZDF의 동독지역에 대한 방영이 동독사람들에게 서독의 모습, 나아가서는 서방세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정보 공급자의 역할을 담당 하게 되어 동독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공산주의를 몰아내고 50년 가까이 서로 다른 나라로 존재하던 두 나라가 하나로 묶이는 기폭제는 정보였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보라는 단어에서 중앙정보부로 대변되는 독재정권의 이미지를 일부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필요한 정보를 획득.가공하여 조직을 위해 사용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정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는 하루 빨리 걷어내버리고정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70년대 경제개발시대에 경인.경부고속도로가 담당했던 물자유통기능이 경제발전의 핵심이었다면 이제90년대 이후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이라는 정보유통기능이 정보화사회에서경제발전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데에는 전통적인 의미의 국력지표인 인구G NP 수출액등에 더하여 국가정보력이라는 새롭고도 중요한 지표가 첨가될 것이다. 국가정보력을 나타낼 수 있는 단위로는 KIST가 조사한 정보화지수를 사용할수 있다. 이는 인구 1만명당 연구원수, 정보통신기기의 내수액, 컴퓨터 내수 액, 정보처리서비스 내수액 등을 바탕으로 계산한 것으로 9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정보화지수를 1백으로 했을 때 미국이 8백8, 일본이 1천23, 프랑스 가 5백79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정보화 진척도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보처리서비스분야의 내수액이 크게 뒤져있어정보화지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도 전통적인 국력의 지표를 중시하고 제조업에도 지속적 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함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정보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국가경제의 기본을 망각해서는 안될 일이다.

서방 선진7개국(G7)의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GNP를 비롯하여 농업.제조업분야등과 관련된 전통적인 국력지표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월등히 높고 기술력과 정보력 부문에서도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결국 기술력과 정보 는 국력신장을 위한 필요조건이 될 뿐이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