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시장 찬바람 분다

당초 지속적인 호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PCB시장에 최근들어 이같은 낙관론에 회의를 갖게하는 악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세계 전자경기의 회복세와 엔고 등의 호재로 국내PCB경 기는 앞으로 몇년간은 무난히 순항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올들어 원판가격인상에다 예기치 못한 원화절상과 유럽시장에서의 GSP 보호관세 철폐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중에서도 PCB업체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역시 원판공급가격인상. 지난주에 대덕산업과 두산전자와의 가격인상협상이 두산이 제시한 원안(기존공급가의 6.8%인상)에 가깝게 마무리됨에 따라 PCB업체들은 종전보다 두자릿수이상의 원가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 중소업체들의 경우 제조원가가 공급가의 90%이상을 넘어서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원판가격인상은 이들 업체들의 채산성악화에 결정 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전 부도를 낸 중견 PCB업체인 S사.J사 등도 호경기 이면에 깔린 이같은채산성악화가 실제적인 부도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상당수의 수요업체들이 최근들어 품질제고를 이유로 대형PCB업체들에게 집중적으로 주문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어 서버역할을 해온 중소업체들 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엔고에 힘입어 수출시장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내PCB업체들에 게 GSP철폐와 원화절상도 적지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통신용제품을 앞세워대유럽 직수출 확대에 힘써온 국내PCB업체들은 GSP철폐로 올해부터 5.9%의 관세부담을 안게돼 수출경쟁력확보도 종전보다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로컬수출을 포함한 수출의 결제기준이 되는 달러화의 약세로 인한 원화절상 분위기도 국내PCB업체들에게는 커다란 악재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7백97원선에서 머물렀던 원화가 최근 7백90원대 이하로 급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원화절상분위기가 가속화될 경우 가뜩이나 저마진위주로 펼쳐온 수출 시장공략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경기호황분위기속에서도 국내PCB업체들이 이처럼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급과잉에서 연유한다고 지적한다.

국내PCB업체들은 6개상장사를 비롯한 40여개의 중견업체 그리고 2백50여개의 영세업체를 포함、 약3백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저마다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원가의 비중이 공급가의 90%에 이른다는 점도 출혈경쟁의 대표적인 사례 도 꼽힌다.

또 대형업체들은 물론 중견업체들의 지난 한해 영업실적에서 나타난 경상이 익이 실제영업활동에 의한 것보다는 금융 등 영업외 이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해주는 좋은 대목이다.

PCB업계의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대형세트업체들의 생산기지이전과 갈수록심화되는 인력난 등도 세계전자시장의 회복분위기와는 달리 국내PCB시장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각종 시장전망에서 나타나듯 PCB시장이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