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상징하는 로고부터 생산하는 모든 제품의 포장을 파란색 일색으로 치장하여 일명 "빅 블루(Big Blue)"로 불리며 1960년대부터 30여년간을 승승 장구하던 IBM이 휘청거리기 시작한지도 벌서 몇년이 지났다.
그동안 IBM은 미국의 기업경영에서 흔히 나타나는 해고방식을 택하지 않고직원이 원하는 한 계속 고용하는 평생 직장을 보장해 주었다. 그러던 IBM이 어쩌다가 1년에 몇 만명씩 해고하거나 권고 사직, 조기 은퇴를 통하여 조직 을 축소하게 되었는가.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속속 등장할 때는 분명히 생산자가 왕이다. 전축, 라디오, 텔레비전, 개인용 컴퓨터 등 기술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발명되어 상품으로 등장하면 신기함에 매료되어 누구나 그 물건 을 원하게 되고 이 때는 생산자의 의도대로 소비자가 움직일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새로 등장한 기술을 습득하여 저마다 개성있는 상품을 생산하게 되면 이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소위 기술의 정체기에는 소비자가 왕인 시대가 된다.
세계 컴퓨터 산업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확고하게 차지하고 있던 IBM이 예전의 영화를 잃어버린 것은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으로 야기된 컴퓨터 산업 의 소비자 중심, 사용자 중심 시대로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사용자를 왕으로 모시는 정신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컴퓨터 산업을 형성시키고 독보적인 컴퓨터 기술을 확보하고 있던 IBM은 상당 기간동안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사용자들은 좀더 사용하기 쉽고 값싼 컴퓨터를 원하게 되었고 IBM 은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노력이 약했던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애플컴퓨터는 지금도 매킨토시라는 값은 조금 비싸지만 견고하고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로 세계 PC시장을 풍미하고 있다. 애플 컴퓨터의 문서작성도구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 시스템에서 많은부분을 배워 갔고 오늘날 가장 고장이 적은 PC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기술이 어느 정도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보이는 90년대 개인용 컴퓨터 사용자들은 어떤 요구사항을 갖고 있는가.
첫째, 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윈도우가 개발되어 예전보다 쉬워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컴퓨터 사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사용자 지침서는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게 씌여 있어 그것을 읽고 이해하다 보면 노인성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정도라는 농담이 있는 현실이다. 둘째, 멀티미디어기능이 강화된 컴퓨터를 원한다.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고 전축, 텔레비전 역할까지 맡기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제는 컴퓨터가개인용 비서라는 개념까지도 갖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컴퓨터 통신기능이 PC의 기본 규격으로 변해가고 있다. 안방에서,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전국에 널려 있는, 세계에 뿌려져있는 자료들을 찾아보고 그곳 사람들과 통신하고자 하는 열망이 새로운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획기적이고 전혀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등장하여 컴퓨터라는 개념자체가 변할 때까지는 "사용자는 왕이다"라는 말이 컴퓨터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 전략이 될 것이다. 이제 왕이 되어버린 사용자들은 아무리 획기적인 새로운 개념의 기술로 무장된 상품이 등장하더라도 쉽게 왕의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생산자가 왕이던 천동설의 시대가 가고 사용자가 왕인 지동설 시대로 바뀐 것이다. 어찌 다시 천동설 시대로 돌아갈 것인가. 당분간 앞에서언급한 사용자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