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품은 각종 전자기기들의 특성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으로 첨단 전자제품 개발에 주된 역할을 해왔다.
대다수 첨단제품들은 기록매체、 희토류자석、 연자성체、 전자파흡수체 등으로 대별되는 자기부품들의 특성치 제고를 통해 고성능화및 소형경량화를앞당겨 나갈 수 있었다.
이중에서도 자기헤드는 FDD、 HDD 등 각종 기억장치들은 물론 최근들어서는디지털 VCR 등의 기록.재생성능을 "더욱 많이、 더욱 빠르게" 해주는 핵심부 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도정보화사회로의 진행이 가속화됨에 따라 데이터베이스의 대용량화 에 대응할 수있는 고밀도.대용량 저장시스템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면 서 이와 관련한 헤드 제조기술 확보가 헤드시장 장악의 관건으로 떠오르고있다. 현재 세계적인 헤드생산동향은 이같은 추세에 맞춰 이미 박막(Thin Film)을 이용한 제품이 압도하고 있다. 올해만도 3억5천만~4억개로 추산되는 세계 헤드시장 가운데 박막제품이 65%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헤드의 크기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초창기 헤드인 "IBM 3480"의 70% 크기인 "마이크로" 제품보다도 30% 작은 "나노" 제품이 벌써 주류를 이루고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나노제품에 비해 30% 축소된 "피코"제품도 본격 등장할 것으로 보여 헤드소형화 추세는 날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 현재 노트 북PC、 팜톱 등의 상용화 추세에 맞춰 2.5인치、 1.8인치 등 각종 드라이브 의 소형화가 가속화되면서 케미컬 에칭 등 가공기술의 중요성도날로 높아가고 있다. 작은 드라이브안에 고집적돼 있는 정보를 기록.재생할수 있도록 플라잉헤이트 F H 를 줄이고 이온밀리공정을 이용한 기술채용도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태일정밀、 갑일전자、 AMK 등의 전문업체들이 헤드 생산에 앞다퉈 나서고 있으나 나노형 박막헤드 생산은 미진한 편이다. 핵심 소재인 웨이퍼프로세싱 기술은 물론 이들 주요 가공기술의 확보가 어려워 종전 방식의 임가공 생산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부품인 칩、 슬라이더의 가공기술없이 이들 부품들을 단순조립하는 HGA (Head Gimbal Assembly) 방식의 국내 기술수준으로 빠르게 변하는 헤드시장 을 따라잡기는 어렵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90년대 초까지만해도 세계적인 헤드 생산기지로 군림했던 국내 헤드산업이 최근들어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같은 기술대응력의 한계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헤드성형기술을 포함한 웨이퍼 프로세싱기술을 갖고 있는 미.일.불 등 선진 업체들은 마이크로 크기의 미그헤드까지는 국내업체들의 임가공을 이용했으나 기존 헤드크기의 70%에도 못미치는 나노형 박막제품으로의 이전이 급진 전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부가가치가 높은 박막헤드가 주류를 이루자 한국보다 임가공비가 싼 말레이시아.중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국내 헤드산업의 위축은 어쩔수 없는대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헤드시장 변화에 대응한 국내헤드업체들의 자구노력도 없지는 않았다. 미리드라이트사와 OEM관계가 단절된 갑일전자의 스리랑카 진출、 태일전 자의 하얼빈공장 설립、 AMK가 말레이시아로 설비이전을 서두르고 있는 것등은 이같은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헤드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생산기지이전으로 극복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웨이퍼프로세싱은 물론 슬라이더 가공기술 등의 핵심기반기술 없는 임가공 생산방식은 헤드기술의 첨단화가 급진전될수록 그 한계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핵심기술 확보가 어려울 경우 국내 헤드산업은 "주변기술이나 시장성은 보장 돼 있으나 핵심기술의 낙후로 시장장악에 실패하는" 국내 부품산업이 안고있는 또 하나의 고질적인 문제의 전형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 일렉트로-21 과제를 통해 쌍용양회와 갑일전자가 추진하고 있는웨이퍼프로세싱 기술개발이나 대규모 기억장치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삼성측의 헤드 소재 개발 노력에 거는 국내 헤드업체들의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크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