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 엔고시대 (2);가전

대우전자의 냉장고수출부 정선양부장은 요즘 고민에 싸여 있다. 최근 일본의 가전양판점인 다이에와 도시바가 1백50l급 소형냉장고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 OEM 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동안 연간 2천만달러어치의 소형 냉장고를 공급해오던 마루만사 를 무시하고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품공급요청을 거절하자니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기도 아까운 형편이다.

현재 관련부서간의 회의를 통해 기존 거래선과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다이에、 도시바 등과 세부조건을 협상중이다.

국내 가전업체와의 경쟁을 의식해 한국산 가전제품 수입을 자제해온 일본의 그동안의 행태에 비춰볼때 새로운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최근들어 일본의 엔화강세가 가속화되면서 일본 가전메이커 및 유통업체들의 한국산 제품의 공급요청은 이제 흔한 일이됐다.

LG전자 역시 최근 일본의 한 가전메이커로부터 VCR제품 공급요청을 받고 가격조건 등을 타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일본 현지법인에 제품공급요청을 희망하는 바이어들이 2~3명씩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업체들은 이번 신엔고현상을 호기로 받아 들이고 있다. 일본 가전업체들 이 그동안 꾸준히 해외생산비중을 높여왔기 때문에 신엔고에 따른 반사이익 을 당장에 챙길 수는 없지만 해외시장에서 한국산제품의 수출경쟁력은 크게높아질 것이라는게 국내가전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90년대초부터 시작된 엔고현상이 최근들어 엔화강세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국내가전업체들의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해주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희망사항으로 엔화강세가 계속돼 달러당 80엔대로 떨어지면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경쟁력은 "최상"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일본 제품을 수입하던 미국、 유럽선진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해외시장에서 국산제품의 가격을 10%정도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가전업체들은 중장기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LG전자는이번 엔고를 골드스타 브랜드이미지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단기적으로는 각종 광고.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객 서비스체제를 구축하는 동시에 양판점위주의 유통망을 강화、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김장독 냉장고、 더블데크VCR등 일본업체와 경합하지 않는 고기능.고부가가치제품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LG전자는 또 엔고에 따른 대일가격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의 최대격전지인 미국과 유럽지역 수출확대를 촉진할 방침이다.

그동안 주문자생산방식의 대일수출에 주력해온 대우전자는 이번 엔고급등을자가브랜드수출의 호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부품에 대해 미국.독일.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해 수입으로 인한 마이너스요인을 줄이는 한편 부품국산 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이에앞서 최근 일본 도쿄에 가전서비스전문법인을 설립하는 등 자가브랜드 판매확대를 위한 기반구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엔고를 틈타 일본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잇따라 전략 회의를 갖는 등 일본시장공략을 적극화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산 컬러TV、 VCR등 주요 가전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지역전략팀의 일본담당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갖고 매출상향 조정과 원활한 수급계획 등에 관해 협의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가전제품의 대일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2배이상 증가한 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급등하는 엔고현상에으로 그동안 일본의 공세에 밀려왔던 고급제품시장에서 일본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신엔고현상에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면 "일본 누르기"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가전업체들이 선결해야 과제들이 많다.

엔고현상은 반도체 설비 및 전자핵심부품 수입에 타격을 준다. 따라서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은 부품수입선을 미국.독일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 일본 엔고를 틈타 그동안 시장공략이 어려웠던 일본시장의 집중공략은 물론 지금까지 시장경쟁을 벌였던 미국.유럽 등지에서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해야 하며 생산자동화 등을 적극 추진、 제품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금기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