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상가 판매 위축 우려

"올해 에어컨 장사는 종쳤다(끝났다)" 전자전문상가 관계자들이 요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자사가 이미 팔만큼 팔았다는 자랑이 아니라 판매할 곳이 없고 판매할 곳이 있다 하더라도 제품이 없어 하는 푸념섞인 말이다.

에어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4월부터 초여름까지 선풍기와 함께 특수를 누릴 정도로 상가 가전상들을 즐겁게한 품목.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전업체들의 에어컨예약판매로 올해 이같은 꿈은 사라지게 됐다. 특히 올들어 에어컨 전문메이커까지 예약판매에 가세하고 LG.삼성 이 2차 예약판매를 진행하면서 이같은 상가관계자들의 후유증은 더욱 심화되 고 있다.

상가 관계자들은 에어컨제조업체들이 이번 예약판매로 올해 40만대로 추정되는 수요의 절반정도를 소진한데다 성수기 추가 수요물량도 대부분 자사대리 점을 통해서만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상가 가전판매상들이 올해에어컨 장사를 위해 물량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고 이는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가전제품 전문도매상가인 용산 N상가의 경우 대부분의 상점들이 현재 올 여름 장사할 에어컨이 없어 현재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에따라상가내 유통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현재 이 상가에서 판매하는 에어컨 가격은 소비자가의 30%선. 이는 연초보다 5%포인트 오른 것이다. 상인들의 구매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점마다 물량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나마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살 만한 사람은 이미 예약구매를 통해 구매를 끝낸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상가 가전판매상들은 "제조업체들의 과열 판매경쟁이 국내 유통구조 가운데하나를 목조르고 있다"며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예약판매에 대한 불만을 표출 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