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정보화시대와 권위

어린 아이들과 함께 집근처에 있는 중국음식점에 가서 외식할 때 아버지가 탕수육 자장면이라는 공식화된 메뉴를 선택해 주어도 우리 아이들은 늘 만족 한다. 그 선택이 가장 좋아서일까,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메뉴를 선택할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못 받아서일까, 혹시 아버지라는 전통적 권위로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그 전통적 권위에 순치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스럽다.

과거의 왕권중심 사회나 현재의 강력한 대통령 중심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에 서는 늘 중심 인물이 있어서 나라의 모든 일이 그의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개인 또는 단위조직의 능력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서로 협동으로 일을 하여 보다 나은 일 처리 결과를 내놓는 방향으로 나가고있다. 대형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중앙집중식 정보처리를 대체하는 클라이언트- 서버(Client-Server)모형에서의 정보처리 구조는 서버들의 지방자치화와 고 객용 PC나 워크스테이션의 개인존중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중앙집중된 통제가 없는 구조다. 구체적인 한가지 예로 분산 트랜잭션처리 형태를 살펴보자. 분산된 여러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참여하여 한가지 서비스 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총괄(global)트랜잭션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각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속에서 혼자 처리하는 단위 트랜잭션 들을 여러개 모아서 총괄 트랜잭션을 구성한다. 그런데 이 때 총괄 트랜잭션 을 처리하기 위해 여러 서브들을 조정하는 역할은 바로 총괄 트랜잭션을 요청하는 서버나 고객중에서 아무나 할 수 있다.

일을 벌이고자 하는 사람이 그 일을 시작하고 제대로 마무리 짓는 책임과 함께 다른 참여자들을 조정할 수 있는 권위를 부여받는다. 한가지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그만 PC가 수십억원짜리 대형 컴퓨터들을 조정하는 권위 를 갖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잘 살펴보아야 할 사실이 있다. 새로운 권위가 나타나면서 새롭게 정의된 경기규칙이 있고 그 규칙이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고있는 사실이다. 위 예에선 2단계 종료 규약(2 Phase Commit Protocol)이란 규칙이 총괄 트랜잭션의 모든 참여자사이에 예외없이 지켜지고 있다. 각 단위 트랜잭션 참여자들에게 이제 총괄 트랜잭션을 끝내려 하니 모두들 각자끝낼 준비를 하십시오 하고 요청하는 첫 단계와, 모두들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하고 실제로 총괄 트랜잭션을 끝내는 일을 수행하는 두번째 단계를 갖는규약이다. 첫번째 단계에서 한 참여자만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지금까지 각자 처리한 일을 모두 무효로 하여 참여자들이 만들 수 있는 일관성없는 상태를 피하게 하는 규약이다. 이 새로운 규칙 적용이 결국엔 총괄 트랜잭션 처리를 가능하게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권위는 쉽게 부정하면서 새로운 권위를 찾아내는데 너무 게으르고나아가 새로운 권위를 찾아내 주장하면서도 새로운 경기규칙은 지키기를 싫어하며 그 규칙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나부터 지키기보다 남에게는 적용하고 자신은 예외가 되고자 하는 것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이다. 컴퓨터라는 기계들이 모여 정보처리하는 형태보다도 협동정신이 모자 란다고나 할까. 여기에서 개인존중이라는 사회의 보편적 가치만으로는 충분 하지 않고 협동정신이 필수적임을 알수 있다.

개인을 존중하는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온 서양사회가 성숙단계를 거쳐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사회발전의 하향곡선을 탈 수밖에없다. 그 대안으로 동양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알며 남을 대할 때 겸손함을 큰 덕목으로 여겨온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런의미에서 동양의 전통의식을 그래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우리가 미래정보 공원에서 즐겁게 산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