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오디오시장 찬바람 왜이나

국내 오디오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이 어둡다. 불황이란 터널의 끝이 보이지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업의 지속 여부를 놓고 양단간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기대했던 지난 2월의 매출실적도 수준이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 다. 예년같으면 2월 졸업 입학시즌을 업계로서는 최대 성수기로 여겨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기대감마저 철저히 비껴져 갔다. 전월에 비해 불과 3%의 신장률만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오디오전문업체로 불리는 아남전자 롯 데전자 한국샤프등은 오히려 매출감소라는 곤욕을 치렀다.

오디오업계가 더 큰 문제점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주력시장인 하이파이컴포 넌트시장과 뮤직센터시장이 회복세는커녕 와해 또는 뒷걸음질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때는 효자노릇까지 한 뮤직센터시장이 지난해하반기를 기점으로 수직 하향곡선의 양상을 띠는 등 사양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1~2월중 오디오업계가 올린 전체매출은 약 9백억원 규모. 지난해 동기 수준에 거의 가깝다. 그런데도 두드러지게 체감온도를 느끼는 까닭은 주력인 하이파이컴포넌트시장과 뮤직센터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파이컴포넌트시장의 1~2월중 외형은 지난해 동기의 60% 선 정도. 뮤직센터시장의 경우는 40%선에도 못미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와 엇비슷한 외형유지는 결국 미니컴포넌트가 담당한 셈인데 미니컴포넌트의시장점유율은 가전3사가 절반을 웃도는 52.9%를 차지、 이들 오디오업체들 의 수요빈곤의 절박함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하이파이컴포넌트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첫째로 수요가 대거 컴퓨터시장으로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대도 그렇지만 컴퓨터의 열기가 오디오 의 바람을 잠재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열기는 오디오의 대체수요마저 앗아가 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둘째는 주거환경이 바뀜에 따라 오디오의 선호도 점차 미니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테면 덩치 큰 제품보다 음의 소리는 그렇지만 기능이 다양한 미니컴포넌트를 선호、 하이파이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실적인 요인 못지않게 시장 사이클에 의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디오시장은 10년마다 부침현상이 있어왔는데 지난 84~85년에도 이같은불황이 있어왔고 지금은 이 주기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사안일한 제품개발로 이같은 현상을 자초했다는 일부 관계자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양이 다른 제품개발보다는 시스템 구성만을 달리하는 모델만을 양산、 그 제품이 그 제품이라는 인식을 불러와 결국 대체수요마저 끌어안지 못했다는지적이다. 실제로 사양이 다른 제품개발에 힘쓴 업체는 극히 드물다. 한 모델로 5년이 상을 끌고가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올들어 뮤직센터시장이 와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관련업체들의 대체상품 개발 의지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값싸게 살 수 있게 하는 업계의 연중세일도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할 것이냐는 점이다.

일부 대리점 관계자들은 매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불황의 끝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들 관계자는 그동안의 실적을 거품에 의한 외형 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호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외형축소로 느끼는 빈곤의 체감온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 제품을 더욱 더 차별화하는 전략수립이 시급하다는 게 관계자 들의 주문이다.

이를테면 가전3사가 주도하다시피하고 있는 미니컴포넌트시장과 헤드폰 카세 트리코더시장 등에 무게를 실어봄직도 하다. 관건은 시장여건이 아니라 오디 오업계의 선택에 있다. <모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