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도 되지 않는 불량 캐시(CACHE)를 탑재한 대만산 486급 VESA주기판이 대량 유통되고 있고 관련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반도체 품귀현상이 빚어질 때마다 이같은 대만산 주기판이 일부 유통되긴 했지만 최근처럼 대량 유통되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주기판업계는 몹시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주기판업체마저 불량 캐시를 탑재한 대만산 주기판을 수입、 유통시키고 있어 관련업계는 충격을 넘어 자괴 감마저 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주기판업계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내걸고 한국전자공업진흥회를 매개로 국내 반도체 3사와 D램등 반도체 수급 원활화 문제를 협의중인데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반도체업계가 혹시 주기판업체들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까 두려워 파장 확산 저지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불량 캐시 탑재 주기판은 대만의 신텍사가 주로 생산、 한국및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경 이미 유럽에서는 불량 캐시가 탑재된 대만산 주기판으로 인해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돼 대만산 주기판 수입에 대한 적색 경계령이 내려진 바 있다.
유럽 수출길이 거의 막힌 대만 주기판업체들은 판로를 찾기 위해 한국을 선택하게 됐고 때마침 불어닥친 반도체 수급난은 불량 캐시 탑재 주기판의 유통을 촉발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다 영세한 국내 PC조립상들은 최근들어 대기업 PC업체에 가격에서 조차 밀려、 조립PC의 판매에 애를 먹자 가격이 정품 캐시를 탑재한 주기판에비해 3~4만원이 싼 불량 캐쉬 대만산 주기판인줄 알면서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의 이같은 사정을 꿰뚫고 있는 대만 주기판생산업체및 유통업체들은 국내 수입상및 주기판업체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1천장 정도의 불량 캐시 탑재를 수입 유통시킨 상운장측은 "불량 캐 시를 탑재한 제품인지 모르고 수입했다"고 밝히면서도 관세상의 불이익으로 인해 국내 유통업체인 W사에 장당 6만원선에 전량 제공했다고 밝혔다.
W사 관계자는 "조립 PC업체에 불량캐쉬인 점을 설명하고 판매해 문제될게 없다 고 발뺌했다.
그러나 이 주기판을 PC에 탑재、 판매하는 조립 PC상인들이 소비자에게 불량 캐시탑재 주기판이라고 설명할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심지어 일부 조립PC상은 캐시용량을 표기하는 BIOS프로그램상에 2백56KB의 외부캐시가 탑재된 것으로 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PC 구입자들은 PC 내부를 확인할 수 없고 설사 내부를 확인한다해도 외형이 비슷한 외부 캐시 메모리(SRAM)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유통관행및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불량 캐시를 탑재한 대만산 주기판 은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국내 주기판 생산업체까지 대만산 수입에 가세하고 있는데다 도덕적 불감증까지 내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 주기판을 생산하고 있는 (주)상운은 "무캐시및 더미캐시를 탑재한 대 만산 주기판을 수입하는게 무슨 잘못이냐"고 강변하면서 "상운 이외도 다수의 업체가 이런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운측이 밝히듯이 현재 국내에서 불량 캐시를 탑재한 대만산 주기판을 수입 、 유통시키고 있는 업체는 용산의 W、 D사등 4~5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용산의 한 주기판 판매상은 "이달초 대만산 주기판을 1백장 기준으로 장당 6만4천원에 공급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선금까지 주고 대만산 주기판을 구매했으나 테스트를 해보니 불량 제품인 것으로 나타나 유통여부를 놓고 고민 하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 상인은 "용산등지에서 정품 2백56KB의 외부 캐시를 탑재한 주기판의 장당 가격이 11만원선인데 비해 불량 캐수및 무캐시 탑재 주기판은 장당 6만원선 에 거래돼 상인들이 이를 뿌리치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실정"이라고 밝히면서요즘 용산등지에서 월간 3천장 정도가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에서 월 평균 6만장정도의 주기판이 유통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때 불량 캐시 탑재 주기판은 전체 물량의 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분석되고 있다.
한편 국내 주기판업계는 "국내 주기판 산업을 위축시키고 주기판 유통구조 왜곡은 물론 PC 구입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이들 제품의 근절을 위해서라도 정부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