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매체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규격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LG전자가 일본 도시바 진영에 참여키로 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전자는 이와관련、 회사측의 정식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지만 조만간 도시바 진영의 참여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타 가전업체의 입장표명에 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소니와 도시바 진영의 표준규격 참여를 놓고 그동안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등 관망하던 LG전자가 도시바 진영으로 기운 것은 데이터의 집적도 및 이 기술의 상품성 못지않게 거대한 물줄기가 도시바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판단 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도시바 진영에는 현재 도시바외에 히타치 톰슨 타임워너 MCA 파이어니어 등미국-유럽-일본 7개사 연합의 공동규격 제안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 가전업체인 제니스일렉트로닉스사가 도시바 진영의 참여를 선언했고 당초 소니 진영의 참여를 검토했던 마쓰시타도 도시바쪽으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는등 대세가 도시바 진영으로 흐르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소니 진영은 수적으로 크게 열세한 입장이다. 유럽 최대의 가전사 인 필립스만이 공동제안의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소니는 이에따라 이같은 수적 열세를 기술력으로 만회한다는 방침아래 최근2 백70분 분량의 영상저장기술을 개발해 선보이는 등 한치의 양보가 없다.
관건은 이러한 기술력 못지않게 "만든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는 점이다. 단면 소니 과 양면(도시바)싸움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어느 곳에 쉽게 담아 소비 자에게 접근하느냐가 가전사의 사활을 좌우하는 것이다.
실례로 VCR의 규격싸움에서 소니와 도시바, 산요가 개발한 베타방식이 기술 과 제품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빅터사와 마쓰시타의 VHS방식에 철저하게 패한 배경은 바로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DVD 규격논쟁에서 도시바의 최대강점으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영화사등 엔터테인먼트의 지원사격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LG전자가 이번에 도시바 진영의 참여를 전격 결정한 배경도 이러한 대세속에 관망하기보다는 동반반열에 서서 나름대로의 이득을 쥐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LG전자는 지난해말 자체 규격에 의한 DVD를 소니와 도시바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에대한 기술력도 상당수준 확보하고 있어 대등한 관계에서 규격논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따라서 LG전자의 이번 입장표명은 시의적절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은 또다시 기술종속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전향적으로 판단하고 우리의 입장을 당당히 천명하는 것이 국내 가전업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이의 개발을 추진중인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태도변화에도 관심이쏠리고 있다.
양사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않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 은 도시바 진영 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어느 업체 못지않게 잘 알고 있으며 대우전자는 국내업체로서 유일하게 소니를 따라 베타방식의 VCR를 생산함으로써 결국은 쓰라진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도시바 진영에 한껏 손을 들어주며소니에 또 한차례 패배를 안겨줬다는 점에서 표준규격 논쟁의 또다른 출발점 을 알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DVD의 표준규격 관전평이다.
<모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