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정보통신망으로 대표되는 세계정보기반(GII)을 둘러싼 선진국간의 패권다툼이 올들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도 통신사업에 대한 민간부문의 신규진입 허용등을 통해 통신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외적으로 아시아권과의 협조체제를 구축、 선진국의 개방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날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정보기반을 둘러싼 선진국간의 패권 싸움이 활발한 곳은 유럽연합(EU)지 역이다. 지난 2월말 GII의 실현을 위한 국제회의인 "G7정보통신각료회의"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자신의 의도대로 GII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려는 미국과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하려는 EU국가및 일본 사이의 대결 장이었다. 사흘동안 열린 이 회의는 "전세계적인 사업자의 출현을 막지 않는다"는 자유 경쟁원칙의 도입등 모두 8개항을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결국 세계정보기반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및 일본 사이의 첫 대결은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을 맺었다.
그렇지만 EU와 일본이 미국의 의도에 손을 들어준 것만은 아니었다는 게 산업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EU와 일본은 총론에선 동의했지만 각론에서 는 유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아무래도 EU와 일본은 정보통신기술에서 미국보다 열세이고 내수시장의 여건도 성숙되지 않은 형편이다. 반면 미국은 미국시장만으로 이미 포화상태여서 자국업체의 대외 진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EU와 일본은 GII에 대한 기본 방향에는 동의했지만 속으로 미국 주도의 GII구축을 지연시키면서 그 사이에 자신의 힘을 기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EU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상응하는 EU차원의 통제기관을 설립하고 시장개방 시점인 98년 1월까지 유럽네트워크를 표준화한 전유럽정보시스템(T EIS)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독자적인 문화권을 들어 소프트웨어분야 사업을 나눠갖는 쿼터제를 제안하는 등 미국 주도의 통신시장 개편에 제동을 걸고있다. 이와 아울러 EU는 불、 올리베티、 지멘스、 닉스도르프 등 권역내 기업들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미국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독일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확실시됐던 국영통신기업인 독일텔레콤의 민영화 에 대해 최근 유보방침으로 돌아섰다. 프랑스는 GII관련 통신기기로 미국과 일본 제품이 아닌 유럽제품의 채택을 주장했다.
일본은 GII의 기본 방향에는 지지했지만 완전 시장개방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주장하는등 그동안 GII논의에서 미국과 EU의 양진영으로부터 소외된 나라를 규합해 개도국의 맹주국으로 나설 뜻도 내비치고 있다.
일본은 이밖에 미국과 EU의 소프트웨어망 기술에 대한 제휴를 물색、 GII논 의에서 일본이 소외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는 EU 정보통신업체 들이 최근 미국의 통신업체및 소프트웨어업체들과 잇따라 제휴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EU와 일본의 전략은 GII주도권 다툼이 단순히 국가 차원의 경쟁에 머물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CeBIT 95" 박람회는 이미 국가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 세계 통신전쟁의 기미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독일텔레컴、 프랑스텔레콤、 지멘스、 브리티시텔레콤(BT)、 AT&T 등 CeB IT에 참가한 유력통신업체 대부분이 전세계적인 제휴를 강조하고 나섰다. 또알카텔 노키아 등 EU통신기기업체들도 새로 개발한 단말기를 세계적인통신 업체에 납품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CeBIT에서 독일텔레콤과 프랑스텔레콤은 합작회사인 유네콤사를 통해 GII전 략을 펼쳐보였고 브리티시텔레컴은 미국 MCI사와 공동으로 전시관을 운영했다. 이에 맞서 AT&T등 미국 정보통신업체들은 저마다 뛰어난 정보통신기술에다 싱가포르텔레컴과의 기술제휴등 전세계적인 제휴를 강조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BT의 독일법인 마케팅이사인 죄르그 슈미트씨는 "AT&T등 미국업체와 경쟁하려면 미국내 AT&T의 경쟁업체와의 제휴가 불가피했고 무엇보다 미국업체의 공략이 활발해지고 있는 EU내에서 시장선점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그는 특히 EU의 정보통신산업에서 독일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 고 덧붙여 BT가 독일지역을 중심으로 EU공략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GII를 둘러싼 국가간、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II의 구축을 위해 통신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G7정보통신각료회의의 원칙만은 더욱 공고 해지고 있다.
최근 G7정보통신각료회의 내용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은 삼성경제연구소측은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모든 사람이 보편적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야한다 는 원칙에 따라 우리 통신시장의 개방은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KIET)도 GII구축을 향한 전략적 제휴가 미국、 EU、 일본 등 이른바 "삼각지역"에 집중돼 앞으로 이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에 큰 진입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GII를 중심으로 한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비춰볼때 국내 정보통신정책은 기존사업자 중심의 점진적인 경쟁 력 확보보다 민간부문의 대폭적인 신규진입 허용등 더욱더 능동적이고 전략 적인 방향으로 전환해 국제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연구소의 강영기 전자정보산업실장은 "선진국의 정보통신업체가 세계 적인 사업확대를 노리고 있어 한국은 아시아권과 *통신요금 일원화 *선진 국에 대한 공동입장 표명 *아시아 공동의 표준화마련 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