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유통혁신 대응 서둘러야

국내 가전업계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출범에 따른 대외시장개방과 관련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해선 현재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유통혁신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가전업계는 현재 대리점위주의 유통정책에만 집착、 양.질측면에서 급팽창하고 있는 가전양판점이나 가격파괴 점을 활용하기보다 이들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가전업계의 이같은 자세는 대리점 유통비중이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는 이윤 확보에 유리하지만, 양판점이나 가격파괴점의 비중이 높아지고 시장이 개방되는 등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내수시장 헤게모니를 상실할 우려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가전업계가 그간 유지해온 대리점체제를 통한 일물일가방식 의 가격통제에 젖어 26개에 달하는 가격결정권을 갖고자하는 가전양판점이나프라이스클럽.E마트.뉴마트등 신업태들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물론 이들에게 제품 공급조차 거부하고 있으면서도 경쟁사와의 점유율 우위경쟁을 의식 정책대리점등을 통한 밀어내기식 영업을 지속해 신업태에 대한 효과적 인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가전양판점이나 가격파괴점등 신업태들은 가전업계의 거래 중단에 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전3사 제품을 구입、 판매하면서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가전업계의 유통정책 구조상 가격파괴를 무기 로한 신업태들에게 제품공급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설령 완전히 막는다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부터라도 제품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신업태들을 포섭해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신업태들은 유명브랜드라는 인지도 때문에 구매상의 어려움 을 무릅쓰고 국내 가전사들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시장개방과 일본 가전 업체들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이들이 국산제품을 외면할 가능성이 커 결과적 으로 국내 가전사들이 주요 유통경로를 잃어버리는 낭패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고 우려를 표시했다.

오세조 연세대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가격결정을 둘러싼 마찰은 유통업체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가전사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에 방문한 일본 유통컨설턴트인 이토 어소시에이션사의 이토사장은 일본은 보급률이 85%이상되는 제품의 경우 제조업체들에서는 소비자불만 해소나 요구사항을 제품에 반영토록하는 기술개발에 힘쏟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냉장고.세탁기.TV등이 이미 90%이상 보급률을 보이고 있으므로 제조업 체들은 유통보다는 구매욕을 자극하는 기술개발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전문가들도 유통혁신은 거대한 물결같아 거스를 수 없는 현상임을 강조 하고 국내 가전사들도 일물다가체제에 따른 다원화된 유통구조를 적극 수용 하는 한편 고급제품 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견해를 펴력했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