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을 원하면 어학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라".
기업에 세계화열풍이 몰아치면서 대형부품업체들에서도 외국어능력이 자신의장래를 결정하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대리나 과장.차장.
부장진급에서어학시험은 일종의 인센티브개념으로 운용됐다. 외국어실력이 뛰어나면 좋고 아니더라도 큰 불이익은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진급대상자는 무조건 해당기준에 도달해야 하는 절대기준 으로 바뀌었다. 삼성전기의 경우 과장은 토익 6백20점이 기본이다. 브라운관 업체인 LG전자는 영어는 삼성과 비슷한 수준이고 일본어는 1백점 만점에서 65점이 커트라인이다. 이 점수를 따지 못하면 아예 진급대상에서 제외된다.
아무리 영업이나 기술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도 소용이 없으며 이 기준은 해마다 높아질 전망이다.
부품업계는 그간 상사나 세트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어능력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회사차원에서 신인사제도를 도입하고 직원들의 외국어능력향 상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삼성전기는 사내에 영어.일어 30개강좌를 개설하고 최근에는 통신강좌까지 만들었다. 그룹차원에서 학원등록비도 70%를 보조한다. 어학성적우수자는 일주일예정으로 해외배낭여행도 보내줄 계획이 다. LG전자는 트윈빌딩에 10여개 등급의 강좌가 있다. 점심시간이나 일과후 강좌 인데도 수강실은 항상 만원이다. 외국어실력이 일정수준 이상에 이른 사람은본인이 희망할 경우 수십만원이 소요되는 연세외국어학당에 전액회사 부담으로 등록시켜 준다. 이런 인사제도는 삼성및 LG의 부품계열사들도 비슷하게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무 특성이 전혀 외국어가 필요 없을 수도 있고 또 그런 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획일적 제도"라는 불만도 적지않다. 이미 "구세대(?)"가 돼가고 있는 과.부장 등 관리자급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기업들의 방침은 확고하다. 샐러리맨들의 유일한 기쁨인 진급과 관련하여 외국어로 "코를 걸고" 있는 셈이다.
부품업계 직원들도 이제 "세계화 시대"에 진입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