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안테나] 케이블TV "생활혁명" 일으킨다

1996년 1월 1일 아침 10시.

서울시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양정식(40)씨는 케이블TV에 캠코더를 연결한 뒤 부인과 두 아이들을 불러 캠코더 렌즈 앞에서 제주도에 계신 부모님께 한꺼번에 세배를 했다.

이 세배 모습은 그대로 양씨집의 케이블TV를 통해 양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종합유선방송국(SO)으로 역전송되고, 전송된 이 신호는 전송망사업자(NO)의 전송망을 통해 제주도 SO의 헤드엔드 시설을 거쳐 제주시 이도 일동에 살고있는 양씨 부모의 케이블TV 화면에 동시에 나타났다.

또 양씨의 부모도 자신의 케이블TV에 캠코더를 연결해 세배를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서울에 살고 있는 아들과 손자에게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이같은 일은 지난 3월 1일 20여개의 채널로 전국 54개 지역에서 동시에 개국한케이블TV의 양방향기능으로 말미암아 머지않아 가능하게 된다.

케이블TV는 단순히 많은 채널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라도 입맛에 맞게골라 볼 수 있는 다채널 방송매체라는 점외에도 이처럼 양방향 기능을 이용하면 일상생활에서 대단히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뉴미디어다.

케이블TV 가입자는 곧 본격적인 상업방송을 시작할 예정인 홈쇼핑 채널을 비롯해 홈뱅킹, 원격검진과 원격검침 그리고 각종 방범.방재 기능등을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방송과 통신부문에 컴퓨터가 결합하면서 케이블TV에는 이같은 새로운 기능들이 점점 추가되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지역 거주민중 민방위 소집대상자를 상대로 개포 1동에서부터 4동까지 각각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소집공고를 해야할 경우 해당 지역 동사무소는 지역SO의 협조를 얻어 동별 및 소집대상자별로 각각 별도의 고지내용을 케이블TV 전송망을 이용해 개인의 TV수상기에 일시에내보낼 수도 있다.

또 현재의 PC통신처럼 상대방을 지정하여 동화상을 받아볼 수 있게 할 수 있고 가입자의 컨버터에 이런 동화상을 저장시켜 뒀다가 수신대상자가 컨버터 를 켰을 때 전송된 동화상을 자동으로 내보내거나, 수신자가 원할 경우 찾아서 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TV시청률 조사를 할 경우에도, 과거에는 수십명의 조사원이 똑같은 시간에수십개의 전화번호를 들고 일일이 전화를 해서 조사하고 집계를 했지만, 케이블TV를 이용하면 간편하고도 상세한 데이타를 일시에 뽑아볼 수 있게 된다. 케이블TV의 양방향 기능을 활용하면, 해당지역 가입자의 전부나 일부를 대상 으로 몇시 몇분부터 몇시 몇분까지의 시청시간과 시청한 채널번호까지 동시 에 집계가 되고 이같은 통계는 여러 각도로 분석돼 한장의 결과지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심지어 어느 집은 그 시간대에 TV가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된다.

또 앞으로는 케이블TV를 이용, 각종 여론조사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해당지역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내용을 몇시간 혹은 며칠동안 화면에 띄워놓고 컨버터의 리모컨을 이용, 그 설문내용에 답하게 하면 곧장 통계가 집계 될 수 있다.

이밖에도 케이블TV의 사용하지 않는 회선을 이용해 지역 SO가 각종 게임소프트웨어를 내보낼 경우, 케이블TV 가입자는 집안에 앉아서 각종 게임을 할 수있을 뿐 아니라 양방향기능을 이용, 전국의 어느 누구와도 동시에 게임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지난 3월 본방송에 들어가 오는 5월부터는 시청료를 받고 본격적인 상업방송 을 시작하게 되는 케이블TV는 현재 12개 분야, 21개 채널에 불과한데 오는 10월부터는 기독교채널을 비롯 홈쇼핑, 문화예술, 바둑, 만화등 6개채널이 추가로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올연말까지 케이블TV 가입자는 기존의 5개공 중파방송과 함께 무려 32개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게 된다.

케이블TV의 경우, 공보처가 빠르면 금년중에 늦어도 내년까지는 방송통신대 학 채널등 몇개의 채널을 추가로 인가할 방침이고, 또 중소도시를 비롯 전국 62개의 지역방송국도 연내에 허가해줄 것으로 알려져 내년이면 보다 많은 국민이 다채널의 케이블TV를 시청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중 쏘아올릴 것으로 알려진 무궁화위성으로 말미암아 국내의 직접위성방송(DBS)도 내년에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채널경 쟁에 새로 참여하게 되는 위성방송도 최대 12개의 채널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돼있어 내년말이나 오는 97년초에는 기존의 공중파방송과 케이블 채널을 포함,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국내 채널은 50여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또 여기에 더해서 외국에서 쏘아보내는 해외위성방송 채널까지 가세한다면, 우리나라도 수년내에는 명실상부한 "국경없는 방송전쟁" 상태에 돌입하는 셈이다. 그렇게 될 경우 케이블TV는 다채널의 방송근간매체로서뿐 아니라, 각종 정보 를 실어나르는 종합정보통신망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