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반도체유통상인 석영전자가 최근 반도체유통시장의 "강남시대"를 선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63년 청계천 세운상가내 반도체판매장을 개장하면서 출범한 석영전자는 국내에 "반도체유통"이라는 새로운 산업군을 형성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이분야의 선두업체다. 이러한 석영전자가 창업 32년만에 청계천시대 를 마감하고 "강남시대"로의 화려한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강남 논현동 문기종사장의 사택 대지 1백평에 연건평 3백60평 규모의 6층짜리 자체 사옥을 완공、 최근 계열 3개사 주요 부서를 이전하는등 강남시대체제를 완전 마무리 지은 것.
부품유통업계는 석영전자가 강남 사옥을 건설한 것에 대해 "국내 반도체유통 업계에 대한 전자업계의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상징적인 건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즉 이 건물을 통해 무자료거래와 탈세등으로 점철돼온반도체유통산업이 이제는 공개적이면서도 주식회사로서의 합법적인 장사를 한다는 의미를 다시한번 확인시킨 계기가 됐다는 것.
게다가 이 회사의 강남사옥은 흡사 외국 반도체회사처럼 깨끗하게 정돈된 전형적인 오피스건물로 시장이나 구멍가게를 방불케하는 종전 청계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주요 반도체유통상들은 석영전자의 강남사 옥에 대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 회사의 사옥이전에 따른 영업정책 향방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강남사옥에는 석영전자뿐아니라 석영인터라이즈、 석영텍셀 등 계열 3개사가 모두 입주해있다. 이로인해 3가족을 한지붕에 모은 사옥이라는 단순한 분석 도 있으나 이 보다는 중장기적 반도체유통사업 변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 이 지배적이다.
석영전자는 앞으로 물건을 쌓아놓고 일반소비자및 딜러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스톡세일"로는 사업확대는 커녕 현상유지도 힘들다고 판단、 반도체 유통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엔지니어링세일즈로 무게 중심을 옮긴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즉 단순 부품판매는 고정고객이 많은 석영전자 가 담당하고 대신 석영인터라이즈를 통한 엔지니어링세일을 지속적으로 확대 、 이러한 영업 형태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한마디로 석영 전자、 석영인터라이즈、 석영텍셀등 계열 3사가 각각 스톡세일、 엔지니어 링영업、 오퍼세일등으로 역할분담을 한다는 것.
석영전자의 이같은 계획은 강남사옥내 개발실을 마련하고 수명의 엔지니어를 확보하는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이 회사 는 장기적으로는 세일즈맨 1명당 엔지니어 1명을 확보、 명실상부한 기술영업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석영전자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 스톡세일에 의존해온 기존 반도체유통형태 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석영전자측도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및 전문적인 인력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체 사옥설립이 불가피했다고 밝히고 있다.
문기종사장은 "이제 단순 컴포넌트 판매는 끝났다"며 "석영은 고급 기술인력 을 집중적으로 확보、 ASIC、 마이컴을 중심으로한 기술영업에 주력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연간 매출 7백억원대로 반도체유통업계의 선두기업인 석영전자가 청계천시절 을 마감하고 또 한번 "강남바람"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