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56)

1988년 10월12일 입방체형 컴퓨터가 발표되는 날 1백80명의 직원을 둔 넥스 트사는 전 세계로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와 그의 직원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마지막 순간까지 공개하지 않아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성공 했고, 사람들은 미리 정보를 입수해 보려고 아우성을 쳤기 때문에 언론은 사람들을 광란케 한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발표 전날 컴퓨터 업계의 대부인 스튜워트 알솝은 뉴스레터에 스티브 잡스에 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실어 평가 보고서를 받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 했다. 알솝은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수치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종과 호환이 안되는 컴퓨터를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만들었다"고 실토했다. 이런 일은 알솝뿐 아니라그 제품을 보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만지기는커녕 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발표회에는 잡스의 친지들과 알솝과 같이 유력한 사람들을 포함해 4천5백명 이 초청됐다. 초청인사중 1백명 가량은 발표가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줄을서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익명의 초대자는 "내가 6살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 장난감 기차 서물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아이의 기분처럼 흥분된다"고 말했고 어젯밤 한잠도 못잤다고 한 사람도있었다. 하루의 생활"이라는 책에 사진을 게재하는 사진 작가인 리처드 스모난도 여기에 참석하기 위해 동부에서 밤새워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기대가 얼마나컸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토머스 에디슨의 축음기 발표에 참석하지 않는 것과 같다. 손자들에게 여기에 초대되었는데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수많은 신문 기자들과 텔레비전 카메라맨들이 샌프란시스코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개최된 발표회에 참석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들을 선별하여 입장시킬 수 밖에 없었다. 넥스트의 마케팅 담당자가 발표회와 관련해 월 스트리트저널지에 광고를 내려고 광고비를 문의했을 때 신문사측은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고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같다.

컴퓨터발표회 일주일전부터 넥스트 직원들은 잠을 설쳐가며 악몽과도 같은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들은 IBM과 같은 큰 회사에나 걸맞는 발표회를 준비하느라 잡다한 일을 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완벽성을 추구하고 쇼맨십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잡스의 요구에 맞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진땀을 뺐다. 리허설에서 잡스는 실패로 끝난 매디슨가에 관한 브로드웨이 코미디의 스태프 진처럼 그에게 아첨하는 무리들에 의해 둘러싸여 그의 지시는 모두 옳다는소리를 들으며 행사를 준비했다. 슬라이드를 미리 보기 위해 스크린에 화면을 비추었을 때 잡스는 "그 초록색 정말 마음에 드는데"라고 했다. 그러자 그의 부하들은 당장 "초록색이 훌륭해, 정말 훌륭해"라고 말하며 그의 기분 을 맞추었다고 한다.

무대장치를 디자인하기 위해 잡스는 후기 모던극을 다른 예술분야와 접합시키고 특이한 조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무대감독인 조지 코트스를 고용 했다. 잡스는 애플사에서 그가 치렀던 전설적인 행사보다 시각적으로 더 특이한 무대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코트스는 심포니홀에서는 그런 무대를 만들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코트스는 잡스를 설득해 장소를 바꾸지 못했다.

잡스는무엇보다도 컴퓨터의 음향이 최대한 잘 나올 수 있는 훌륭한 오디오 시설을 원했다. 코트스는 무대를 절제된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관중들은 검은 배경막위에 꽃이 꽂힌 꽃병을 보게 될 것이고 검은 장막뒤에 숨겨져 있는미묘한 형상을 보게 될 것이다. 무대는 최대한 단순하고 불가사의한 분위기로 꾸며지도록 했다.

가장 어려운 것은 발표될 컴퓨터를 완성하는 문제였다. 그날 시연될 운용체계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프로그램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당시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1년후에 일반에 발표된다는 간략한 안내만 나왔을 뿐이었다.

넥스트의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의 일부라도 제대로 돌아갈 수있도록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런 상황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제대 로 발휘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잡스는 시연하는 동안 미지의 여러가지 소프트웨어 기능들을 해결해나가야만 되었다. 프로그램이 중간에 멈춰서 컴퓨터를 껐다가 다시 작동시켜야 할 상황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일이었다. 세계의 눈이 넥스트의 거대한 컴퓨터 화면에 집중된 때에 이런 일이일어난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잡스는 소프트웨어가 아직 불안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가면서 시연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