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 SGS-톰슨、 AMD、 모토롤러、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이달부터 한국에 공급하는 범용 반도체 가격을 일제히 20~30% 씩 인상하고 일부 제품의 납기를 무려 1년까지 늦춘 것은 이미 계획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간 반도체 가격변동폭이 수%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가격인 상폭은 수요공급 변동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 이들 대형 메이저들의 계획된 담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들 외국반도체생산업체들은 이번 가격인상 폭을 국내 총판사및 대리 점에 통보하면서 "구매하든 안하든 상관없다"는 식의 고자세를 보인 것으로알려졌다. 게다가 이들 대형 반도체공급사들은 통상 8、 9주가 보통인 납기를 최근 20 여주에서 심지어 52주까지 연장키로 한다는 내용을 통보、 국내 반도체유통 상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국내 반도체유통상들은 이러한 외국 반도체 업체들의 납기 연장에 대해 "사실상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없다 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업체및 관련업계는 이번 범용반도체의 가격인상과 납기 지연을 통보한 외국업체의 속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외국반도체업체들이 공식적으로 보내온 공문상의 이유는 간단하다. 뚜렷한 경기회복 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유럽지역에서 범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다 대만.홍콩등 한국을 제외한 동남아지역 또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그래서 결국 한국으로의 공급량이 줄 수밖에 없다는게 이들 외국 반도체업체들의 답변이다.
또 계속된 가격인상요인 발생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는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만큼 이번에는 대대적인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조치는 이들 메이저들의 중장기적 전략에 따른 계획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다시말해 이들 반도체메이저들은 현재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반도체의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생산을 늘리는, 이른바구조의 고도 화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떻게하든 현재의 판매형태 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계획의 준비작업이 바로 이번 조치로 가시화된 것이라는게 국내 반도체유통업체관계자들의 분석이 다. 물론 일부 품목의 경우 이미 생산라인을 줄인 탓에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 외국반도체업체들의 의도적 조치라는 인상이 매우 짙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외국반도체업체들이 엄청난 가격인상과 물량배정、 납기지연등을 통해 고부가가치제품 쪽으로 판매제품군 을 몰아가겠다는게 이번 조치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 외국반도체공급업체들의 자세는 완강하다.마음에 안들면 사지말라는 식의 배짱 태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유통업체들이 이번 외국 반도체메이저들의 조치에 비상한 관심을쏟고 있는 것은 20~30%의 가격인상외에 일부 제품군에 대한 한국으로의 공급량이 앞으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들 외국 반도체업체들 은 EP ROM、 리니어 IC、 TTL IC등 이른바 범용 반도체 3총사를 한국에 공급 할 때 주문에 상관하지 않고 특정 물량만을 배정해주는 이른바 앨로케이션 Allocation 을 이미 걸어놓고 있다.다시말해 고객이 요구하는 만큼 선적해 주는 것이 아니라 공급선에서 물량을 멋대로 배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배당받은 물량은 문제가 없지만 그 이상의 발주 물량에 대해선 납기여 부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 반도체유통상들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발주하기보다는 오히려 주는 물량챙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또하나는 AMD사등 일부 업체들이 레귤레이터、 플래시메모리、 TRIAC、 SVR 등의 부품에 대한 납기를 무려 52주까지 연장、 사실상 공급중단을 선언하고 있는 점이다. 국내 반도체유통업계에서는 이에대해 "횡포도 이런 횡포가 없다 며 강력 비난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는 공급중단은 절대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다.
이번 외국반도체업체들의 조치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은 범용 반도체의 중요성에 있다. CPU、 D램이 항상 반도체시장의 화젯거리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측면에선 범용성 반도체가 이들 CPU、 D램 못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 시말해 CPU、 D램이 가격.성능면에서 최상의 위치를 차지、 영향력이 큰 반면 범용 반도체는 값은 싸지만 "약방의 감초"로 없어서는 안될 제품군이기때문이다. 리니어 IC、 레귤레이터등 국내 조달이 가능한 제품군은 단기간내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EP ROM、 플래시메모리등 일부 품목의 경우 상당한 피해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이번 조치로 인해 그간심심찮게 물의를 빚어온 TI、 SGS-톰슨、 NS、 AMD、 모토롤러등 세계 유수 반도체공급업체들은 "또다시 고객을 무시하는 횡포"를 일삼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편 이번 범용 반도체의 가격인상은 엔고 덕에 승승장구하는 국내 전자산업 계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게다가 범용 반도체의 경우대부분 물량을 할당받는 앨로케이션이 걸려있어 5~6월 이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폭등은 물론 전자업체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부터본격 시행되는 외국반도체업체들의 범용반도체 가격인상및 납기지 연 조치로 인해 국내 범용 반도체가격도 덩달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삼성전자 LG반도체、 한국전자등이 상대적으로 바빠지는 한편 외국 중견업체들의 국내진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쨌든 이번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유통상및 유저들이 어느때보다 긴밀하게 공조체제를 유지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