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비디오 대여점 변신 "새 물결"

케이블TV 방송개시와 멀티미디어타이틀로 대표되는 다매체시대에 발맞춰 비디오 대여점들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해도국내 영상소프트웨어의 소비구조는 극장개봉 후 프로테이프 출시로 이어지는 것이 고작이었다. 소비자들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극장에 가거나 비디오 대여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CD 롬, 비디오CD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타이틀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30개 채널의 24시간 방송"을 기치로 내건 케이블TV 방송이 지난 3월부터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

뉴미디어로총칭되는 새로운 영상 소프트웨어의 소비구조가 생겨남에 따라이전까지 안방극장의 맹주노릇을 해온 비디오 대여점들에 비상경계가 내려졌다. 이러한 "총체적인 위기감"을 해소하고 대여점에서 멀어지는 고객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비디오 대여점들이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부 터 비디오대여업계를 강타한 대여료 가격파괴현상도 대여점들이 위기감을 해소하려는 데에서 생겨난 역작용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다수의 비디오숍들이 당장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제살깎아먹기식의 대여 료 덤핑을 하고 있는데 반해 비록 소수이지만 비디오대여숍들이 자율적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으뜸과버금" "영화마을"등 비디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이름들과 "애국문화영상" "전국비디오경영자모임" "밝은세상"등 이 이같은 움직임의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다.

종교적인 사회운동단체, 순수 비디오숍들의 모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체 인숍 등으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비슷하다. 비 디오숍에 대한 인식변화, 공격적인 마케팅도입 및 다양한 서비스제공, 다채 로운 비디오영화의 공급 등으로 요약될 수있다.

아직까지도 불법음란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는 비디오숍을 건전한 영상문화 의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한편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비디오숍에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비디오숍을 "부업"이 아닌 "전문업종"으로 키우겠다는것이 이들 단체의 의도다.

또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 중심의 배급구조에서 도외시되는 아트필름, 교육 물, 종교물 등 다양한 영상물을 스스로 보급하는 "좋은 영화 보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같은운동과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YMCA 산하의 "으뜸과 버금"(회 장 김재민). 지난 89년 YMCA의 건비연(건전비디오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주최한 비디오숍경영자전문과정을 이수한 숍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이번에 4기 교육(4월3일부터 11일)을 마치게 된다.

현재 회원은 75명이고 연간 1회의 교육과 워크숍 외에 매달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좋은 비디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실천운동과 함께 비디오숍들 의 경영 합리화 방안을 모색 실천하고 있다.

으뜸과버금이업소마다 다른 상호 아래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회원제 방식의 모임이라면 "영화마을"(회장 박상호)은 비디오숍들이 투자해서 만든 체인점.

철저히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졸에 비디오 숍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의 연구과 도입이 주된 관심사다.

다만 회원숍들이 출자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통상 매출의 30%선에 이르는 체인점 운영에 따른 로열티가 없는 자생적인 체인숍이다. 지난 4월 본부 를 열었고 1년이 지나지 않은 4월초 현재는 전국에 1백5개점을 두고 있다.

영화마을은가맹점 상호와 내외부 장식을 똑같이 갖추고 있음은 물론 내부적으로 결정된 마케팅 기법 역시 똑같이 실행하고 있다.

우선 영화마을 본부는 새로 출시된 비디오 프로그램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철저하게 분석해 이를 기초로 흥행성을 분석해 각 가맹점에 구입품목 리스트를 내려 보낸다. 제작사들이 일방 통행식으로 내려 보내는 모든 프로그램을 잔뜩 구매해 놓음으로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자는 생각이다.

일반 비디오 가게에서 보기 힘든 명화 1천편의 목록을 구비해 가맹점마다 비치 고객이 찾을 경우 다른곳에서 배달해 48시간 이내에 빌려주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영화마을에 가면 모든 영화를 빌려 볼수 있다"는 마케팅을 추진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실제로 영화마을 대표인 권영호씨가 경영하는 영화마을 강남점의 경우 손님 이 보고 싶은 비디오를 주제별, 감독별, 주연 배우별로 찾아볼수 있는 비디오 검색 프로그램을 PC에 내장하고 있다. 누군가 빌려갔을 경우 즉석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1만여명의 고객에 관한 정보는 물론 주소, 전화 번호, 대여영화 제목 취향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돼있다.

한번 빌려보는데 2천원이지만 당일 반납하면 5백원만 받고 1박2일인 경우 1천원을 할인해준다. 회수율과 회전율을 높이자는 목적이다. 점수 관리를 통해 일정한 점수가 되면 보너스도 주는 공격적인 대여 마케팅이 영화마을 경영의 핵심이다.

회원제 비디오체인인 "애국문화영상"(대표 소헌영)은 현재 전국 22개 체인점 을 중심으로 한국영상교육사업단을 발족시켜 각 매장에 어학 비디오 교재를 비롯해 종교, 다큐멘터리 등의 기획물 비디오를 전시하는 별도 코너를 마련하는 한편, 이들 비디오의 보급 확대를 위해 일반적인 오락물 비디오와는 다른 방식의 대여제도를 도입,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애국문화영상은 "그린 카드"라는 마그네틱 카드를 자체 제작해 회원에 한해 3박4일 기준 개당 5백원의 저렴한 가격에 대여를 해주고 있다.

카톨릭영상선교모임인 "밝은 세상"은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종교물등의 비디오의 보급을 시작했다. 왜관에 있는 성베네딕트 수도회에서 영상물을 통해 복음을 전파해온 "성 베네딕트수도원 시청각종교 교육연구회"가 영상 선교 모임인 "밝은 세상"을 결성한 것은 지난해말.

회원들끼리 좋은 영화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한 활동을 하는 한편 "밝은 세상 "의 이름으로 선정된 비디오를 비디오 숍을 통해서 일반인에게 싼값에 대여하고 있다. 현재 "밝은 세상"은 종교, 기획물, 아트 필름 등 30여편을 선정 해 회원 비디오 대여점들을 통해 대여를 시작했다.

이밖에도 아직까지는 미완이지만 전국의 대형 비디오숍들이 비디오숍경영자 모임을 결성, 유통 근대화 등 나름대로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