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전문가에게 듣는다;감성공학의 연구와 활용

감성공학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5년정도 밖에 되지 않으나이 단어는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말이 되고 있다. 많은 상품광고의 카피 속에 "감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국내 산업계 및 학계에 서도 감성공학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앞으로의 제품개발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분야에대한 연구와 활용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과 내용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마쓰다(MAZDA) 자동차회사의 야마모토회장은 지난 86년에 자동차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디트로이트에서 새로운 스포츠카 "미야타"의 개발과정을 설명하며 "감성공학(Kansei Engineering)"이란 단어를 소개하였다. 감성공학적으로 개발되었다는 이 스포츠카 "미야타"는 미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구매자들이 실물을 보기도 전에 선금예약과 웃돈거래가 이루어질 정도로 크게 히트하였으며, 실제로 이 차가 출현하였을 때는 가장아름다운 차로 매년 선정되는 등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았다. 이와함께 감성공학이라는 단어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후 일본 히로시마대학의 나가마쓰교수는 그동안 자신이 이미지 테크놀로지 image technology)라 명명하고 연구와 활용을 수행하여 왔던 제품디자인기 법을 감성공학이라 고쳐 부르며 국제학회등에서 연구결과를 소개, 자신의 감성공학을 알리려 애쓰고 있다. 한편 일본정부는 90년부터 10년간에 걸쳐 2백 억엔의 예산을 투입하여 "인간감각 계측연구"를 국가차원인 통산성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대학과 연구소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 화장품 등 일본 대기업 이외에 중소기업들도 참여하여 활발한 연구와 활용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인간생활공학 연구센터 "를 오사카에 설립하여 산.학.연의 연계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나가마쓰교수의 연구기법과 "인간감각 계측연구"의 연구내용을 참고로 하여 이들과 유사한 내용의 감성공학 연구를 일부에서 시도하고 있으며 92년 G7과제의 후보과제로 감성공학이 선정되었으나 최종 선정과정에서 탈락된 바 있다.

감성공학은 단어 그대로 인간의 감성을 연구하는 학문분야라 할 수 있다. 감성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그 의미를 느끼고는 있으나 이를 구체적이며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단어이다. 철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리면 인간의 감성은 "감각이나 지각에 의하여 불러 일으켜져 그것에 의하여 지배되는 심적 체험의 전체 또는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힘"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인간의 감성은 느낌의 형용사적 표현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느낌 또는 감성은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표현에 앞서며 때에 따라서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섬세하거나 분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감성은 여러 복잡한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품과 관련되는 인간의 감성은 단순한 제품의 외형 디자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형 디자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모양이나 색상 이외에도 제품사용시 제품이 주는 모든 느낌이 사용자의 제품에 대한 만족도 또는 선호도를 결정 한다. 제품이 내는 소리, 스위치나 다이얼의 촉감, 컨트롤 조작시 느껴지는힘의 피드백, 이 모든 요소들이 제품의 외형 디자인을 포함하는 설계시 인간 의 감성과 연계시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리고 제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과 신뢰성, 제품성능의 수준, 제품사용의 편리성 등이 제품에 대한 궁극적인 만족도, 즉 감성을 결정한다.

따라서 필자는 감성공학을 인간의 감성 자체에 대한 연구와 그 연구 결과를이용하여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환경을 사용자가 편리하며 만족스럽게 개발하는 과정을 포함시켜 정의하였다.

즉 감성공학은 "인간이 제품이나 주변환경에 대하여 감각기관으로부터 받아들인 각종 감각 및 정보자극과 이와 관련되는 개인의 경험을 통하여 갖게 되는 복합감정으로서의 감성을 측정, 분석하여 제품이나 환경을 인간 생활에 편리하고 안락하며 만족스럽게 개발하는 전체과정"인 것이다.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만족은 단순히 외형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얻어지지는 않는다. 제품을 만져보았을 때의 촉감과 제품 조작시 느껴지는 힘의 피드백 제품조작의 결과로 나타나는 디스플레이 형태 등이 종합되어 만족도 수준을 결정하며 최종적으로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이들 기능을 얼마나 편리하게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가의 여부가 제품에 대한 종합적 만족도를 결정한다. 필자는 제품과 관련된 감성을 제품의 외형이나 색상.디자인에 대한 "감각적 감성"과 제품의 기능과 사용성 등에 대한 "기능적 감성 "으로 분류하였다. 감각적 감성의 만족에 초점을 둔 연구분야를 좁은 의미의 감성공학이라면 기능적 감성은 제품설계를 위한 공학과 기존 인간공학에서 다루고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이 사용자의 기능적 감성과 감각적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감성 특성이 제품에 반영되어야 한다. 즉 사용자가 좋아하고편하게 느끼며 제품 사용을 위한 생각의 방법과 신체 동작 등과 제품의 기능 디자인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인의 감성특성은 연령, 성별, 심신의 상태, 교육정도, 생활수준 등 개인적인 사항 이외에 생활환경, 사회 환경, 관습, 전통, 종교, 전통문화 등 주변 환경에 의하여 영향받는다. 필자 는이렇게 개인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주변요소들을 개인의 문화적 배경이라고 지칭하였다. 따라서 개인의 감성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인간의 감각 및 정보처리 특성뿐만 아니라 개인의 문화적 특성까지 정밀하게조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문화적 배경에 의하여 영향받는 감성 특성을 필자는 기능적 감성 및 감각적 감성과 중복 되는 부분을 포함하여 문화적 감성"이라고 칭하고 있다.

제품 개발에 인간의 감성이 최대한 고려되어 "감성공학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사용자가 편리하고 만족하며 이용한다면 이는 사용자의 문화적 감성이 반영된 기능적 및 감각적 감성제품일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문화를 중요시하는 제품은 기존 기능과 기술중심의 하이테 크 제품이나 디자인 중심의 하이터치 제품과 비교하여 하이컬처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제품이 기능과 품질, 디자인, 그리고 사용자의 생활문 화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감성공학적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감성공학 연구에서는 인간감성을 정확하게 평가 또는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문제라 할 수 있다. 제품 또는 제품의 요소에 대한 감성의 평가에는 설문지 나 인터뷰 등이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질문에 대한 답은 형용어가 나타내는선호도의 차이나 느낌의 강도를 5단계 또는 7단계로 표시한 지표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이나 인터뷰를 통한 개인의 느낌이나 선호도 조사는많은 위험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감성변화를 생리학적 척도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성의 생성과 정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감각 또는 정보자극의 종류와 특성, 이들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인간의 감각기관들이 갖는 특성과 한계(sensing), 감지된 감각.정보들이 인체내에서 처리되는 과정(perception)과 이에 따르는생리반응 physiologicalreponses 두뇌에서의 정보처리과정(information processing 과 이에 수반되는 생리반응 또는 신경반응 등이 주요 연구내용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감각 또는 정보자극의 제시와 실험 프로 토콜의 개발, 변수들의 조정, 주관적 지표와 객관적(생리학적) 지표의 관계분석 생체신호의 분석 등도 필수적인 연구대상이다.

인간의 감성은 여러 요인에 의하여 변화된다. 제품이나 환경에 의한 감성의 변화도 제품이나 환경이 주는 직접적인 감각자극뿐만 아니라 이들이 포함하고 있는 복합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일한 색상을 사용하더라도 색의 배합과 배경의 구성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동일한 색채구성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물체의 형태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갖게한다. 감성에 변화를 미치는 요인 자체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파악없이 감성변화만 을 조사한다면 그 결과의 효용성은 낮을 것이다.

인간감성의특징은 애매모호성과 빠른 적응, 변화성 등으로 표현된다. 훈련 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분석하여 정확하게 표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경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느낌이 무엇인지 모르는 일도 많다.

인간의 감각기관은 자극에 대하여 빨리 적응하며 또 쉽게 피로해진다. 봄이 되면서 몇 몇 용감한 사람들이 시도하는 강하고 화려한 패션에 대하여 거부 감과 함께 가끔씩 눈길을 주다가 어느 사이에 이러한 패션에 익숙해져 자신도 슬그머니 시도해 보는 것이 여성을 포함한 인간이다. 그러다가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유사한 패션이 유행되면 싫증을 느끼고 다른 패션에 눈길을 주게 된다. 이른 봄에 조사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색상을 여름용 제품에 적용하였을 때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은 인간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라할 수 있다.

인간감성의 연구에서 개인의 차이는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다. 동일한 종류 의 감각자극에 대하여 사람들은 각기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감성평가시 의 건강상태나 심리상태에 따라 동일인도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연령 성별, 교육정도, 성장배경, 인종, 종교, 자연 및 사회환경, 풍습 등 수많은 요인들이 개인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개인의 특성과 개인이 속한 사회집단의 특성, 그리고 더 광범 위하게는 개인과 사회가 속한 문화권의 특성에 따라 변화된다.

이렇게 인간감성 연구는 미세한 관점에서는 개인의 감각기능을 포함한 제반 특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넓게는 개인의 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특성과 변화 및 문화적 특성까지 그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에 선행하여 인간의 감각과 관련되는 물리적.화학적 자극들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감성공학은 아직도 초기상태이며 연구 분야와 방법, 활용방법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감성공학 연구는 여러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를 수행하지 않으면 연구의 수준을 높이기 어려운 종합과학이며, 인간을 중심으로 연구하여 그 결과가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과 환경 등에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중요성이 크게 대두될 것으로 확신한다. 감성공학은 인간에 대하여 연구하는 다른 여러 기초학문분야와 제품개발을 수행하는 공학 사이에서 교량역할을 하며 인간중심의 제품 이 개발되도록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어느 연구분야보다도 공동 협동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와 활용에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감성공학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