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영상기록매체인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표준규격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줄다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도시바 진영과 소니진영 가운데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도시바진영에 가담키로 10일 최종 결정、 발표함에 따라 이들 양 진영 참여를 놓고 손익계산에 분주하던 LG전자와 대우 전자.현대전자등 가전3사에 양자택일의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와관련、 삼성전자를 제외한 가전3사는 10일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양진영에 대한 지지입장 표명을 5월께로 미룬다는 데는 합의했으나 3사가 양진영에 대한 공동보조를 취할지의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 전자4사는 DVD 표준규격 참여에 따른 이해득실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 VCR를 대체할 무한한 상품성도 그렇지만 자사의 제품 개발력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자4사는 내부적인 입장과는 무관하게 양진영에 대한 지지표명을 유보키로 하는등 공동보조를 취해왔다. 이를테면 "안전판"을 마련해 놓고귀추를 주목해 보자는 것이었다.
전자4사의 이해관계는 실타레처럼 얽혀 있다.
LG의 경우 지난해 말 4배밀도 DVD기술을 개발、이 부문에서 선점을 꾀해왔으나 변복조방식과 에러정정방식등 주요 스펙에서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에 부딪쳐 왔다.
그러나 LG는 이같은 어려움보다는 향후 사업성 때문에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보다는 PC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는 LG의 입장에서 보면 섣불리 도시바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그동안 반도체사업으로 관계를 맺어온 히타치가 도시바진영에 가담하고 있어 소니 진영 과의 관계모색도 난처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전자의 사정은 복잡 미묘한 LG와는 달리 귀추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느긋함"은 80년대초 VCR논쟁에서 기술우위만을 믿고 베타방식을 서둘러 채택, 곤욕을 치른 경험에 사업방향만을 놓고 볼때는 소니보다는 도시바쪽에 가깝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대우는 여러형태로 소니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삼성이 이미 공동의 행보에서 떨어져 나감에 따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게 됐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가전의 기치를 높이들고 있는 현대전자는 내부적으로는 소니진영에 가담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대가 최근 개발한 엠펙2 칩이 도시바와 소니등 양진영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고 이의 수요도 만만찮아 관망하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는 입장 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전격적으로 도시바진영 가담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입장은 보다 선명 하다. 도시바와의 사업 연대뿐 아니라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와 도시바진영 가담이 가장 유력시 돼 온 업체로 꼽혀 왔다.
특히 삼성이 도시바 진영의 가담을 제일 먼저 공식 선언한 데는 도시바측으 로부터 광픽업장치등 핵심부품의 구입약속을 내락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는 업체간 이해관계가 얼마나 첨예했던가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3사의 양진영에 대한 지지표명은 의외로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전4사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한 주요배경이 기술 로열티의 부담 경감이었는데 삼성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더이상의 효력이 사라진 마당에 한쪽 진영의 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먼저 결정해 손해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는 도시바 진영이 주요 스펙 공개를 미루고있는 반면 소니진영은 제품스펙의 공개를 서두르는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지지입장 표명의 지연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4월중순경 있을 예정인 국내업체와 도시바측과의 면담결과가 지지 표명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자리에서 도시바측이 대세의 흐름에 따라 "고자세"로 나올 경우 국내업체 들의 이 진영가담에 대한 의미를 상실、 양진영의 스펙을 모두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대우전자와 현대전자는 양진영에 대한 관망이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의 근거로 세계시장에서 일정 점유율을 갖고 있는 JVC가 모그룹인 마쓰시 타의 도시바 가담에도 불구、 유보자세를 취하고 있고 샤프도 관망의 입장에 서 있는 상황을 예로 들고 있다.
도시바가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영화사들의 입장이 불분명한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타임워너외 월트디즈니, 최근 캐나다의 시그램사로 매각된 MCA의 태도변화 가능성이 그것이다.
이와는 달리 도시바쪽이 제품스펙을 공개하는등 제품개발을 국내업체와 협력 、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 상황은 오히려 조기 정리될 수도 있다.
적어도LG와 대우는 삼성의 뒤를 이어 도시바진영을 정식으로 지지할 개연성 이 높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행동은 국내업체들로부터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삼성의 "돌출행동"으로 공동전선의 기치가 꺾여버렸고 다른 업체 들은 "기회주의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국내업체들의 뒤늦은 대응도 지적받아야 한다.
이미2년전부터 DVD 표준규격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는데도 양진영의 눈치만 보다 결과적으로는 빈껍데기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양진영의 눈치보다는 국내업체들이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비하면서 문어발식 확장과 무정책의 혼선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를 되돌아 봐야할 것 같다.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아쉬운 상황이다. <모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