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한국IBM 공정위에 제소

PCM기종 공급업체중 대표주자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이 이번에 한국IB M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그동안 IBM의 위세에 눌려왔던 PCM업체가 이를 타개키위해 내건 카드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IBM의 대형 시스템과 호환성을 갖춘 PCM 기종을 공급하는 업체는 히다 치 시스템을 공급중인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과 암달사 기종을 공급중인 한국 후지쯔와 청호컴퓨터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PCM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별 영향력을 갖지 못했다.

PCM 기종은 IBM의 메인프레임급 대형시스템과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호환 성을 갖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IBM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소프트웨어가 운용체계인 MVS와 온라인 처리 프로그램인 CICS 등으로 이는 IBM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즉 고객들이 가격이 저렴한 PCM 기종을 구입하더라도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IBM으로부터 따로 비싸게 사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혀 실익이 없었다. 이때문에 국내 PCM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진출한 후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IBM의 위세에 밀려 제대로 영업력을 발휘할수 없었다. 결국 PCM 업체들은 대형시스템 보다는 보조기억장치등 주변기기 영업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에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 제소한 것은 위기에 직면한 PCM 기종 업체가 갈수록 불리해지는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할수 있다.

효성측은 한국IBM의 행위가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가격 차별"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법은 상품및 용역 서비스의 대량주문、 인도방법의 차이、 수급관계의 변화 등 요인이 발생할 경우가격차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IBM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대량으로 구입하는 대형 주문자에 한해 할인혜택을 준 것이 아니라 특정 소프트웨어 상품을 하드웨어와 함께 구입해 대형 주문자가 되는 경우에 할인혜택을 주었기 때문에 IBM의 가격 할인 행위는 법률이 정한 정상적인 조건하에서의 가격 차별이 아니라는게 효성 측의 지적이다.

즉 IBM은 고객들이 자사의 대형컴퓨터를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PCM 업체의 대형 컴퓨터를 구매할 것인지만을 기준으로 삼아 거래 상대방을 구분하고 소프트웨어 공급가격에 차별을 두었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효성은 또 한국IBM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에도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통상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용역 서비스의 거래에 부수해 거래 상대방 또는 일반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일체의 경제적인 이익은 "경품류"의 범위에 해당되며 사회 통념상 정상적인 상거래 관행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데 IBM의 할인판매 행위는 이같은 조항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IBM의 이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거래강제"중 끼워팔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끼워팔기"는 상품 A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어떤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자신의 다른 상품 B를 구입하지 않거나다른 경쟁 사업자의 상품을 구입하면 상품 A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거래행위 인데 IBM의 행위는 여기에도 해당돼 고객들의 상품 선택의 자유를 박탈했다 는 것이다.

한편 효성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IBM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말부터일부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료 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이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사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최근 IBM은 운용체계인 "MVS 5.0"등 소프트웨어를 새로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소프트웨어 적응이나 신규 버전으로의 이행을 위한 보전 차원에 서 일정 기간 동안 할인혜택을 주고 있으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객들에게 다시 정상 가격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무튼 이번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측의 IBM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는 PCM 업계의 향후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IBM의 거래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 관행으로 인정받으면 향후 PCM업계는I BM의 위세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 더욱 맥을 못출 것이 분명하고 반면에 IBM 의 거래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명나면 PCM업체들의 국내 시장 입지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시스템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공정거래 위원회가 어떻게 판정을 내릴지에 대해 중대형컴퓨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