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정부와 미국업체사이에서 진퇴양난

한국전력이 대북경수로 제공 문제와 관련, 진퇴양난의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한국전력은 한국형 경수로 채택을 기필코 관철시키려는 우리 정부와 자사의이익을 위해 협력관계에 있는 한전과 공동으로 개발한 경수로를 채택시키려 는 미국 업체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한국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비롯해 고리 2, 3, 4호기와 영광 1, 2호기를 건설하는등 한국전력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 온 미국 웨스팅 하우스사는 최근 60만㎞급의 신형 경수원자로(AP600)를 개발하고 이를 북한 에 판매하기 위해 미국내에서 강력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사가 자사 개발제품과 한국형 경수로의 장단 점에 대한 각종 비교정보를 북한에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웨스팅하우스사와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한국전력과도 지난해 3월 해외공동사업에 관한 협정서를 체결한 바 있는 미국 컨버스천 엔지니어링(C E)사도 한국형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를 고려해 대북경수로 제공에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진출하는 문제를 미국정부에 로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정부에 이같은 로비가 성사돼서는 안된다는 강경 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전력측은 정부를 따르자니 앞으로 원전기술 습득이나 해외진출 등이 어려워질 것이 분명해 향후 원전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고 그렇다고정부의 미움을 살 수도 없는 처지라며 업체들간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가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될 것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엄판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