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저가 보통용지팩시밀리(PPF) 출시를 계기로 이달중 PPF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던 경쟁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일정 등 시판계획을 전면 재조정 하고있어 PPF시장에 때 이른 저가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백만원 대를 넘나들던 PPF의 대중화를 선언하고 최근 1백20만원대 저가 팩시밀리 2종을 내놓았다. 삼성은 지난해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PPF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PPF 시장에 첫발을 들여놓은데 이어 이번 저가 PPF출시로 총 4개 기종 의 PPF모델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PPF는 수신받은 원고를 레이저、 잉크제트 등 방식을 이용해 직접 문서에 찍어내기 때문에 해상도 면에서 기존 감열팩스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사무실에서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보통사무용지를 기록지로 사용、 화 질변색 현상등이 발생하지 않아 자료보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PPF는 대기업과 관공서、 일반기업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확산되는 추세에 있으며 올해 국내에서만 전체적으로 약 5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올해 30만대 규모로 예상되는 전체 팩시밀리시장 의 5~6%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현재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체 팩시밀리 수요 가운데 50%를 PPF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PPF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또시장 상황면에서도 10여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감열팩스와 는 달리 PPF를 자체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이 아직까지는 삼성전자、 신도리코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어 경쟁무풍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PPF 가운데 가장 많은 수요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A4 기종을 단독생산、 이 부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상대 없는 PPF 시장에서 삼성이 충분히 고가제품을 계속 끌고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1백20만원대 저가 제품을 내놓은 것은 시장수요 확대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한 관계자는 "이번 저가 PPF 출시는 구입의사는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던 수요를 끌어들이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LG전자、 대우통신 등 경쟁업체들은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랜 기간 개발비를 투자해 이제 막 PPF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 이었는데 삼성이 저가제품을 내놓아 시장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순경 PPF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는데 삼성 이 저가기종을 내놓아 가격책정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우리 제품은 레이저 방식을 이용、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을 사용하는 삼성제품보다 해상도에서 좀더 뛰어난데다 더 많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적어도 삼성에 비해 30만~40 만원 높은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그 점을 알아주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이달중으로 예정된 PPF 발표를 다음달초로 잠정연기、 가격 등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다.
대우통신의한 관계자도 "삼성이 PPF 시장에서 앞서가는 것은 좋지만 가격책정이 조금 지나쳤다는 감이 있다"며 "우리는 이 기회에 아예 PPF 보다 상위기종인 복합기쪽으로 전환、 이 시장을 주력육성하고 PPF쪽은 아예 처음부터 초저가 전략으로 나가야겠다"는 뜻을 밝힌다.
LG전자、 대우통신 등 팩시밀리업체들은 우리도 이제 겨우 유망상품인 PPF를 개발、 감열팩스시장의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악화된 팩시밀리사업의 수익구조를 개선해보려는데 삼성의 저가공세로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가격경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팩시밀리업계의 일부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이 최저가 모델인 마이팩스 가격을 20만원대로 인하、 감열팩스시장이 초저가제품 위주로 재편돼 남는 것 별로 없는 장사를 하고있는데 PPF 시장도 때이른 저가경쟁으로 "소문만 요란한 잔치상이 되는 것" 아니냐며 성급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편 LG전자、 대우통신 등 이달중 PPF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던 대부분 경쟁업체들이 삼성의 저가공세로 제품발표 일자를 연기하고 가격문제를 재검토 하는 등 때이른 가격경쟁이 예상돼 이르면 올 상반기중 1백만원대 PPF 제품 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함종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