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 "헤드라인뉴스" "뉴스 투데이" "점프챔프" "모닝와이드" "드라마 스페셜 "코미디 채널 600" "TV 챔피언" "테마게임" "슈퍼 선데이" "뉴스 네트 워크"… 제목만 보아서는 어느 나라 방송인지 모를만큼 영어로 포장된 이 프로그램들 은 현재 방송중이거나 앞으로 방송될 국내 프로그램들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란 광고문구를 무색케하는 방송사들의 이런 외래어 남용은 독자적 방송 문화 형성에 걸림돌이 될 뿐아니라 국어 순화에도 지장 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같은현상은 각 방송사들이 이번에 단행한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서 뚜렷이드러난다. MBC는 전체 68개의 프로그램 중 29.4%인 20개 프로그램을 외래어 로 제목을 붙여 개편전 21.9%보다 외래어 프로그램명 비율이 큰 폭으로 늘었으며 SBS도 전체 58개 프로그램중 15개 프로그램에 외래어 이름을 사용해 개 편전 24.3%에서 25.8%로 늘었다.
아직 봄철 개편을 실시하진 않았지만 KBS도 예외는 아니다. KBS 1TV의 경우전체 54개 프로그램 중에서 13개 프로그램이, KBS 2TV는 59개 프로그램 중 16개 프로그램이 외래어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각각 전체의 24%와 27.
1%를차지했다.
그런데더욱 문제인 것은 이같은 현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90년 "방송 운용 편성에 관한 기본정책"을 마련, 방송 프로그램의 명칭은 가급적 우리말을 쓰도록 각 방송사에 통보했으며 92년에는" 적절한 우리말 대체안(문화부 권고안)"을 만들어 각 방송사들이 이를 따르도록 권고했다.
이에앞서 방송위원회는 91년에 "방송 프로그램 제명의 외래어 사용에 관한건 을 심의해 각 방송사에 "일반권고"조치를 내리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개선되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중앙대 국어국문 과 이주행 교수는 "우리 국민 사이에 퍼져 있는 국어를 무시하는 풍조와 이같은 풍조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프로그램 담당 연출자들의 의식이 문제 라며 연출자들의 의식전환 없이는 해결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프로그램 개편때마다 지적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이 프로그램 명칭에 외래어 사용을 계속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MBC편성실 오명 환 부국장은 "기존 프로그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새로운 감각을 주기 위해서"라고 강변했다.
방송언어가 국민의 언어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작진들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에만 집착하지 말고 고운 우리말을 발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양식있는 시청자들의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