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네트워킹 "호혜"미덕

최근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컨설팅 회사가 각종 산업에 속한 세계 유수기 업의 최고경영자 80명을 대상으로 세계화 이슈의 중요성을 설문한 조사에서8 0%가 넘는 응답자가 세계화는 해당기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대답했다. 또한 향후 5년간 세계화의 속도에 대한 질문에서도 엄청난 변화를예상한다는 대답이 70% 가까이 되었다. 만약 이와 같은 설문을 전자산업에속한 기업에만 하였다면 훨씬 더 높은 비율의 대답이 나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자산업만큼 기술변화에 민감하고 세계적 경쟁체제에서 운영되는 산업이없 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자산업의 경쟁양태를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전자산업의 핵심 적인 경쟁 룰(rule)이 한 가지 드러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소위 "네 트워킹(networking)"이란 개념이다.

네트워킹이란 마치 구슬을 한 가닥 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듯이 기업내부 또는 외부의 조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 전략 개념으로서, 이와 같은 네트워킹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한 가지는 내부 조직간 네트워킹으로 한 기업에 속해 있는 국내 및 해외의 생산법인.판매법인.기술법인 등을 별개로 운영하지 않고, 오히려 경영이념.

정보네트워크.인적교류등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시킴으로 개별 거점의 경쟁 력보다 각 거점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으로서의 경쟁력에 보다 역점을 두는 방안이다.

네트워킹의 두번째 방향은 외부조직과의 네트워킹으로 자신만의 한정된 자원 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보다 능동적 형태의 국제화 전략으로서 흔히들 전략적 제휴라고 말하는 방향이다. 이때 관련되는 외부조직은 제휴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부품 공급업체.유통조직.연구기관 등으로 다양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업체를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외부 네트워킹의 목적인, 기술개발의 위험분담을 요구하거나 다른 큰 경쟁자와의 효과적인 경쟁을 위해서는 기존 경쟁자와의 세력규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최근 전자산업중에서 각종 기술표준설정과 관련된 경쟁양상에서 익히 보아오는현상이다. 더욱이 향후 전자산업에서의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신제품 등장,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체제 구축으로 인한 국제화의 가속을 염두에 둘때 내.외부 조직간 네트워킹은 계속 확대 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전개를 예상할 때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한가지 크게 고쳐야 할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호혜정신(reciprocity)의 결여이다. 내부조직간 네트워킹이건 외부조직간 네트워킹이건 간에 네트워킹은 궁극적으로 조직과 조직간의 주고 받음의 원칙과 상호 신뢰의 정신이 존중될 때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그동안 관행을 보면 주로 협력보다 경쟁원리에만 너무 익숙한 탓에 내것은 될 수 있는 한 안 주면서 남의 것은 그저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향이 심한 것 같다. 또한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의 희생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비단 기업외부의 국내외 대리점.합작선.

기술제휴선.부품업체에대해서만 아니라 우리기업 조직내부의 부서간에도 빈번히 발생하는 사례이다. 우리 것은 아까워하면서 남의 것의 가치는 별로인 정해 주지 않는 일방적인 사고는 어쩌면 과거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모방주의전략이 남긴 폐해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네트워킹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경쟁논리를 요구하며, 그것은 바로 호혜정신에 바탕을 둔 협력과 경쟁의 공생논리인 것이다. 즉,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에서 탈피해 상대방과 의 우호적인 협력문화를 바탕으로 해서 상호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의 상황을 연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 한 번 도약을 다짐하는 우리나라 전자업계가 진정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비단 조직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차원에서의 "주고 받음"의 원리를 지켜나가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관행이 정착 될 때 우리나라 전자업체등은 진정한 세계적 기업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중앙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