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험로 많은 대중 투자

이건희회장의 대정부 관련 "폭탄 발언"으로 다소 빛이 바랬지만 삼성이 최근북경에서 발표한 대중국 투자 계획은 전자업계에서 만큼은 "빅 뉴스"다. 오는 2000년까지 총 40억달러 중 전자부문에서만 16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고 광동성을 비롯、 중국내 5개 지역을 연안과 내륙지방으로 분리、 단계적 생 산기지화 하겠다는 것은 경쟁사들에게도 하나의 시범 케이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지뢰"가 곳곳에 깔려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재원 조달만 하더라도 자동차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데 "끌어 모을 돈이 있느냐"는 의문도 있고 여타 지역과 달리 아직도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 그런 대규모 투자는 리스크가클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는 해야하지만 과연 그것을 감당할만한 능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재원이 마련된다해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맨 파워"인데 인력 을 들여다보면 쉽지 않다. 전자 소그룹의 중국 투자는 거의 비서실이나 전자 에서 담당한다. 여타 계열사가 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기에는 전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천진 공단만하더라도 계열사가 모두 입주하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전관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입지가 좋지 않다고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중국의 자세도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무로조 원칙"을 고수하는 삼성의 기업문화는 사회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로 올초 중국내 현지공장에서 노사분규가 발생、 주재원들이 소환되는 등 법석을 떤 바 있다. 나중에 삼성이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의 해외공장중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했던 모 유럽국가도 "사회주의권"이었다. 투자가 늘고 공장이 많아지면이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중국정부 역시 투자는 좋지만 자기들 입맛에 맞추라는 요구가 거세다. 중국 측이 부가가치가 낮은 백색가전만을 이전하는데 거부감을 표시하고 이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반도체 유치를 희망、 삼성이 이에 굴복해 이번 계획에 반도체를 포함시켰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삼성은현재까지 해외 투자에 거의 성공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이번 계획은 "자체 역량"을 다시 점검하면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잘못하면 "체중"에도 맞지 않는 "한건주의" 발표라는 비난이 일 수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