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플래시메모리 공급조절" 속셈

인텔이 플래시메모리의 공급을 펜티엄칩과 연계시키고 있는 것은 PC시장을 펜티엄 위주로 전환하려는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예다.

인텔의 펜티엄지원 전략은 이미 지난해말부터 예고됐던 것으로 다만 지난해 말과 연초 잇따라 표출된 펜티엄칩의 결함사건으로 인해 시기적으로 지금까지 늦춰져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인텔의 펜티엄지원 전략은 크게 3가지 형태를 띠고 있다.

첫번째가CPU의 물량조절이고 둘째는 CPU가격 정책,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플래시메모리의 펜티엄칩 연계공급이다.

우선 CPU물량의 조절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486칩 품귀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텔은 이미 486SX 칩의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데 이어 486DX2-66MHz 칩은 물론 486DX4 칩까지도 3.4분기부터는 대폭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CPU의 가격과 관련해서는 486칩의 가격을 소폭 내리는 반면 펜티엄칩의 가격 을 대폭 인하、 그 차이를 줄임으로써 자연스럽게 펜티엄칩을 찾도록 하는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플래시메모리의 공급을 펜티엄칩 구매량과 연계하는 것도 물론 같은 정책의 일환이다.

인텔의 플래시메모리 물량조절이 PC업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플래시메모리의 생산업체가 인텔과 SGS톰 슨 등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PC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95 보급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 기능 을 갖는 플래시메모리의 구매가 필수적이나 톰슨사의 공급량도 빠듯한 상태 여서 인텔의 이같은 태도로 제품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텔의 이같은 펜티엄 전략은 기존 486칩 시장에 사이릭스와 AMD등이 진입함 에 따라 서둘러 주력시장을 펜티엄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텔의 노골적인 펜티엄지원 전략에 대해 국내업체들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PC업체들은 아직까지 국내 PC시장의 주력제품이 486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펜티엄PC 중심체제로 전환할 수도 없고 486 영업을 계속하자니 부품확보가 큰 문제여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486칩의 경우 사이릭스나 AMD 등으로 구매선을 돌리고 플래시메모리 는 SGS톰슨에서 사오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PC업체의 한관계자는 이와관련 "최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칩부족 문제에 대한 비상대책을 강구중"이라면서도 "결국에는 인텔의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