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품업계 수퍼엔고 대응 전략

한동안 주춤했던 엔화 강세가 최근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한국과 일본의 부품업계가 환율대응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얼마전까지의 엔고파동과 는 판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본의경우는 채산성 악화에 따른 자구노력에 총력을 기울는 반면 한국은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양국은 산업성숙도나 기술 확보수준에서 한쪽의 위기는 다른 쪽의 기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종의 "제로 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 계기는 최근의 "수퍼 엔고"가 제공하고 있다. 사실 올들어 엔화 강세가 계속 되면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가전이나 자동차와는 달리 부품업계는 오히려 피해가 훨씬 컸다. 핵심 소재를 비롯한 주요원자재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하기 때문이다.

수입선다변화를추진하려해도 일본이외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품질이 훨씬 떨어져 도저히 사용할 수도 없다. 핵심 소재에 대한 국산화계획을 추진했지만 일부업체의 극히 적은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다. 기술력확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품업계의 대일수입제품은 엔화결제가 관행이다. 구조적으로 일본제품을 써야하고 엔화는 계속 올라가니 아우성이었다. 중소부품업계는 물론 매출액이 4천~5천억원에 이르는 중견업체들마저 1.4분기 결산결과 수익 성이 크게 악화됐다. 경상 이익이 50% 이상 감소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호황속의 적자반전이 우려됐다.

그런데 최근 엔화가 더 올랐다. 19일에는 1백엔당 9백55원을 돌파했다. 슈퍼 엔고"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일방적인 피해자였던 국내 업계에 거꾸로 기회가 찾아왔다. 그동안 "감히(?)" 엄두도 못내던 일본지역 에 대한 수출이 서서히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이다. 삼성전기와 LG전자부품이 양산하는 이 제품은 그간 내수충당분이 거의 전부였다. "슈퍼엔고"와 더불어 해외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무라따나 TDK와 거래하던 업체들이 수입선을 한국기업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세트업체들도 가세하고 있다.

엔화가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상황"을 넘어서면서부터 새로운 전기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때문에 일본업체들과 한국업체들은 양극단의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중저급제품은 대부분 해외공장으로 이전하거나 사업포기를 검토 하고 있다. 자국내에서는 첨단기종이나 개발만 담당하는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환율때문에 한국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피커、 중소형TV부품、 일반형 VCR부품등 오디오비디오기기와 AC모터등 백색가전용 부품、 정보통신 용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DY.FBT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본내에서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콘덴서 저항기등의 칩부품류와 SAW필 터를 비롯한 유전체필터 등 이동통신체용이다. 멀티미디어관련 부품및 소재 도 일본내에서 해결한다. 또 인력절감을 통한 기업의 군살빼기는 경영전략차원에서 추진된다.

일본이 생산을 포기하거나 해외이전에 적극적인 품목은 한국기업들이 "가로 챌" 가장 큰 "먹이"다. 이미 그런 경험도 있다. 삼성전기는 무라타가 포기한 전기이중층콘덴서사업부를 인수해 국산화에도 성공하고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있다. 일본업체의 거래선이 한국기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부수적인 수입 이다. 한국업체들은 일본이 포기하는 분야를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 이전을 받기가 훨씬 쉽다고 보고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전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술 이전계약을 일본업체가 먼저 제의해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재원만 조달된다면 과감한 인수 합병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대기 업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품업계 최초로 일본에 근접한 수준까지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회가 중소업계에까지 파급되느냐는 것이다. 자본력과 기술력 이 취약한 중소업체는 "슈퍼 엔고"의 열매를 따기에는 조건이 미치지 못한다. 이들도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한다는지적이 많다.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