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산업이 아시아국가들로부터의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
무공뉴욕무역관이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인용、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두해전에 일본으로부터 되찾은 세계 최대 반도체생산국의 자리를 다시 아시아국가들에게 내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등의 반도체기업들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전만해도 4%였지만 최근엔 10%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 됐다. 아시아기업들의 반도체 매출액은 지난해 1백1억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60% 를 웃도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높은 증가율 추세는 앞으로도 꾸준할전망이다. 더욱이 아시아기업들은 이제 20달러 안팎의 저가 메모리제품에서 벗어나 수백달러를 호가하는 로직칩(Logic Chips)분야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춰 미국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로직칩은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일본 기업을 추월하는 발판이 됐던 분야다.
일본NEC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메이커로 떠오른 "인텔"사에서부터 실 리콘밸리의 중소기업인 "C-CUBE 마이크로시스템스"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미국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로직칩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메모리칩분야에서 일본기업과 경쟁해 남을 게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등의 반도체기업이 강력한 도전장 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현대전자는 최근 세트톱박스와 비디오게임기、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등에 쓰일 핵심부품인 MPEG칩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최대、 세계 7대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도 로직칩분야를 강화해 현재 25%인 매출액 비중을 내년까지 30%수준으로 끌어올릴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같은 목표수정은 대만의 TSC사、 싱가포르의 차터드세미컨덕터사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미국 반도체업계의 걱정거리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은 극소수의 기업과 불투명한 수요에 치우쳐 지속적인 발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반도체업계가 확보한 시장의 20% 이상을 인텔이 독차지하고 있고 이 기업의 제품도 PC와 윈도우라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
윈도우는인텔이 설계한 칩에 의해서만 작동하는데 이러한 칩을 만드는 기업 들은 인텔을 비롯해 AMD、 CRIX등 모두 미국기업이다.
반면 아시아 반도체업체들은 인텔의 펜티엄칩이나 모토롤러의 파워PC칩과 경쟁하기 보다는 컴퓨터화될 차세대 전자기기시장을 주요 공략시장으로 삼고있다. 그런데도 인텔은 비디오게임기、 세트톱박스등 미래시장을 무시하고 애리조 나주에 13억달러의 PC칩 조립공장을 건설하는등 PC칩 생산에만 열중하고 있다. 세계 유수 반도체 디자인센터가 몰려있어 여전히 반도체산업의 구심점인 실 리콘밸리를 한국、 일본등 아시아국가들에게 내주고 있다는 것도 미국 업계 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삼성전자、 NEC、 히타치등은 이 지역에 디자인스 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풍부한 정보를 빼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또 이 디자인스튜디오를 최고기술자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자국으로 돌아갈 이들이 미국 반도체산업의 발전에 줄 도움이 거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미국 반도체 업계는 현재의높은 이윤에 만족、 다가올 제2차 반도체전쟁에 대한 대비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게 미국 산업분석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특히 뉴욕타임스등 현지 여론형성층은 미국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미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과의 제1차 반도체 전쟁에서 효과적인 무기였던 정부의 통상정책을 다가올 제2차전쟁에 맛춰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미국 산업분석가들은 "미국 반도체산업은 현재 일본과의 싸움에서 맛본 승리 감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이제는 일본이 아닌 아시아국가로부터 도전 을 받고 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반도체산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고 국내 업계 및 산업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AMD、 TI、 LSI로직、 IBM등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최근 후지쯔、 히타치 소니、 도시바등 일본 유수의 반도체기업들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초기술등에서 최고의 반도체기술을 확보한 미국의 벽을 뛰어 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미국이 필요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통상 압력 또한 통상부문이 취약한 아시아국가들로서는 아무래도 버거운 상대다.
"미국 반도체산업이 아시아국가들로부터의 도전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아앞으로 5년안으로 한국에、 10년안으로 중국에 반도체시장의 주도권을 내줄것 이라는 현지 언론의 전망이 얼마만큼 들어맞을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우리 반도체업계뿐만 아니라 세계 반도체업계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