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떠오르는 매체 CD롬 타이틀 (3)

"외국개발업체와 독점판매계약을 맺고 제품판매에 들어 가자마자 하드웨어에 묶어서 판매되어야 할 번들제품이 버젓이 수입되어 팔리는 유통구조하에서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업체들이 자리잡을 수 없습니다".

최근 외국 CD-롬타이틀업체와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한 E사의 이모사장의 첫마디는 왜곡된 국내 CD-롬타이틀 유통질서에 대한 불만섞인 이야기다.

이 사장은."국내 굴지의 출판사가 직영하는 매장에서도 버젓이 번들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이를 중단해 달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업체가 번들제품을 판매했다는 증거자료를 수집、 실력 행사에 들어갈 생각이다"고 밝힌다.

번들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출판사들도 어떻게 보면 번들제품의 희생자다. 영어회화 CD롬타이틀로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T사는 당초 사운드카드、 CD롬 드라이브업체들에게 번들로 타이틀을 공급했으나 번들제품이 버젓이 시장에 서 저가로 유통되어 정품의 판로를 막아버리는 기현상이 발생、 정품판매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이 업체는 눈앞의 이익만을 쫓는데 급급해 하드웨어에 공급되는 번 들제품을 판매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 지 있다. 수입업체인 A사는 일선유통점에 대해 자사가 공급하는 CD롬타이틀의 번들제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면서도 최근에 이 타이틀의 번들제품들을 버젓이 수입、 판매하려다 중단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번들제품의 유통은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CD롬타이틀산 업자체에 커다란 피해를 준다.

"번들제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확산될 경우 어떤 소비자가 정품을 사려고 하겠느냐"면서 "정품의 판로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업체도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위해 투자하지 않을 것"이 라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하드웨어에 묶어서 공급되어야 할 번들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유통구조 가 계속되는 한 CD롬타이틀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번들제품의 수입유통은 자칫 잘못하면 통상마찰까지 불러 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의 천국으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 한국시장이 번들 CD롬타이틀의 유통으로 이같은 불명예스런 멍에를 짊어 지면서 외국의 통상압력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유통구조의 다단계로 인해 CD롬타이틀 유통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 역시 하루 빨리 시정돼야할 현안문제이다.

똑같은 타이틀의 가격이 매장에 따라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을뿐 아니라 심지어 1만원대 떨이식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신만 사고 있다. 개발업체에서 소비자들 손에 넘어가기까지가 4~5단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마진폭은 평균 50%선에 이르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빈번한 할인판매등으로 일선유통점의 유통마진폭은 5%~10%선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것이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Y사장의 솔직한 토로다.

더구나 유통마진폭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은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어소비자들의 구매욕구마저 꺾고 있어 이래저래 CD롬타이틀시장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국내 CD롬타이틀의 유통체질을 개선하지 않고는 CD롬타이틀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수입개방에 따라 대형자본을 갖춘 외국업체들의 등장이 멀지 않은 시점에 현 유통구조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이에 대응할 수 없다.

유통업체뿐 아니라 소비자、 국내개발업자 모두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CD롬타이틀의 유통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때다.

<원철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