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천만대로 추산되는 전세계 가정용 공조기기시장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에어컨 산업은 생산력,기술등 전반적인 면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에어컨산업과도 기술제휴 및 핵심부품공급 과 관련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에어컨시장 역시 90년대 들어 연평균 60~70%선의 급속한 신장세를 보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유망한 에어컨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에어컨시장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일본의 에어컨산업은 지난 60년대말 국내에 에어컨산업이 태동된 이후 기술 제휴,부품수급등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현재도 대부분의 국내업체 들은 제품생산을 위해 매년 일본에서 수입한 마이컴, 전장품을 비롯한 핵심 부품에 의존해야만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도 마찬가지다.
일본 에어컨산업은 양과 질에서 단연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94년전세계 에어컨시장 규모는 약 2천만대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중 35%에 달하는 약 7백여만대 이상이 일본시장에서 소화되었다. 최근 수년간 일본의 에어컨시장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91년을 기점으로 경기침체, 이상저온등 으로 93년까지 냉각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에 닥친 늦더위로 그동안 쌓였던 재고를 상당량 소진하는등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당해연도의 10월에서 다음해 9월까지를 주기로 하는 "냉동연도"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94냉동연도에 팔린 에어컨은 재고를 포함 총 7백10만대(신제품 출하기준 6백70여만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 됐다. 보급률은 93냉동연도보다 0.4%가 증가한 76.3%로 신장됐다. 고소득 층에서는 1가구 2대설치가 기본으로 정착되고 있는 추세다.
지리적으로 주로 아열대기후 환경에 있는 일본의 에어컨시장은 절전효과가 뛰어나고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사용할수있는 인버터방식의 "히트펌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팔린 7백여만대중 83%가 히트펌프였다. 일본의 에어컨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1952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창문형제품 을 선보인 히타치제작소를 필두로 가전업체인 마쓰시타, 미쓰비시 샤프 산요등 5대업체이다. 이밖에 NEC, 후지쯔, 도쿄전기, 다이킨 등이 에어컨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에어컨업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95냉동연도(94년 10월~95년9월)의 생산규모를 지난해 보다 14%줄인 5백80만대로 잡고있다. 총수요 역시 92년도 수준인 6백26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배경은 올 여름엔 무더위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보다는 94년도의 판매 실적이 93년에 비해 무려 2백만대나 폭증, 올해의 수요를 많은 부분 흡수해 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올 초부터 조기판매 열풍이 분 것처럼 일본업체들도 올해는 일찌감치 신제품을 선보이고 판촉전에 돌입했다. 올해 일본시장에 선보인 신제품 들은 스크롤컴프레서를 채용, 냉난방능력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소비전력을 낮추는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습기가 많은 환경에 필요한 제습및 건조기능 을 강화했고 저소음 제품개발 노력도 돋보였다.
중국시장 현황한때 중국인들을 지칭하는 대명사였던 "만만디(만만적)"는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를 비유하는데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것같다. 중국의 가 정용 에어컨시장의 신장세도 그 중의 하나다.
91년중국의 가정용 에어컨시장 규모는 1백20여만대로 세계 4위로 추정됐으며 이듬해인 92년엔 무려 전년보다 70%가 증가한 2백만대에 육박했다. 이는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올라서는 수치다.
이러한 초고속 신장세로 볼 때 중국의 에어컨시장은 2000년에는 무려 6백만 대, 이후로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93년조사에 따르면 상해시의 수요만해도 국내 수요를 훨씬 능가하는 1백여 만대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최고급 소비재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에어컨은 실제로 지난해 실시된 소비자조사에서도 가장 사고 싶은 가전제품으로 나타났다.
히타치, 마쓰시타등 일본의 유수업체가 중국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일부 국내업체가 노크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무서운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내수급증에 따라 생산도 최근 3년간은 매년 1백% 안팎의 성장세 를 보이며 왕성한 활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에어컨은 타가전제품에비해 부가가치가 무척 높아 가전업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94년말 현재1백20여개 업체와 1백50여개 생산라인, 총생산규모는 5백만대로 확장되었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주로 팔리는 에어컨은 창문형, 분리형, 벽걸이형등으로우리나라와 별차이는 없다. 수요비중도 창문형에서 분리형중심으로 급속히바뀌고 있으나 아직까지 창문형이 70대30의 비율로 주력제품이다.
94년말 기준으로 중국의 국가신식중심이 조사한 에어컨 보급률은 2%안팎.
컬러TV(77%),냉장고(55%)와비교할 때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심각한 빈부차를 반영하듯이 최상위 고소득계층에 보급이 집중되어 있다. 이 고소득 층들은 특히 30만대에 달하는 고급수입제품의 주소비층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외산에어컨시장은 일본제품이 압도적이다. 일치감치 중국시장에 진출, 컴프레서등 핵심부품을 연간 수십만대씩 공급해온 일본업체들은 본격 적으로 현지합작공장을 세우고 현지내수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80년대 중반 중국시장에 거점을 마련한 산요와 샤프에 이어 지난해에는히타치와 마쓰시타전기가 합작공장을 신설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시장이 성숙기에 이른 일본의 시황을 감안할 때 중국시장은 일본업체들에겐 매력적인 돌파구가 아닐 수 없다.
최근들어선 한국의 LG,삼성, 만도 등이 중국시장 교두보 마련에 나서고 있어 급팽창하는 중국시장에서 한.중.일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