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업진흥회가 정부의 이번 "기술하부구조확충 5개년 계획"에 전자분야의 수요 조사기관으로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정부가 기술정책 수립을 위한 수요조사를 실시할 때에는 주로 생산기 술연구원이나 전자부품종합연구소등에 전담시키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생기원을 총괄 수요조사 기관으로하되 전자분야에 대해서는업계의 실상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전자공업진흥회에 일임시킴으로써 보다 현실성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같다.
전자공업진흥회가내놓은 4개 항목의 전자기술 하부구조 확충사업 계획안도 이를 반영하듯 전자업계의 당면과제쪽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표준화、 기술정보제공 시스템、 기술인력 양성、 국제기술협력등 모두가 전자산업의 구조개선에 필수적인 요소일뿐 아니라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 경쟁에서 버틸수 있는 핵심과제들이다.
그러나일부 사업과제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추진중인 사업등과 중복됨으로 써 정책수립 단계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전자.정보산업 표준화> 표준화 사업은 전자업계의 시장경쟁력을 당장에 높일 수 있는 핵심수단에 속한다.수급업체간 합리적인 표준규격을 제정해 이를 채용할 경우 우선 원가절감이라는 시장경쟁의 결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으로 이어져 전자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표준규격의 제정이 결코 쉽지않다는데 어려움이 크다.현재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외형치수등을 다르게해 여러 종류로 생산、 공급하는 다품종 소량의 수직적 수급체계를 해결하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이는 또 그 성과가 겉으로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아 정부지원사업으로는 외면받아왔다. 전자공업진흥회가 지난 92년부터 전자부품을 중심으로한 표준화 사업을 추진 해오면서 지난해까지 1백37건에 대한 표준화 규격을 제정했으나 작업과정이 나 투자부담이 높아 고심할 정도다. 진흥회는 표준화 규격을 제정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지만 수급업체간 이를 적용한후에는 원가절감등의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반응에 힘입어 내년까지 2백건 이상을 표준화시킬 계획이 다. 따라서 이 과제가 정부의 기술하부구조 확충계획으로 채택돼 내년부터 정부 차원으로 지원까지 가세된다면 오는 2000년까지 1백60개 과제에 5백건 이상이 새로 표준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흥회가 이번에 밝힌 표준화 규격제정은 *외형치수등 각사의 제품별 특성 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문이면서 *당장에 기대효과가 크고 *선진국의 기술추세및 특허 저촉여부를 감안해 *수요가 적정 자동화 생산단위에 미치지못한 품목을 중심으로 *기존 부품과 함께 신개발품에도 적용하는 것을 그 방향으로 삼고 있다. 또 이를 통해 품목별로 표준화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기술산업정보 제공시스템> 이는 기업의 연구및 생산활동에 필요한 각종 산업정보를 관련기관과 업체에 공중전산망을 통해 즉시 제공、 국내외 변화에 대한 전자업계의 대처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전자산업 기술정보는 물론 파생되는 관련정보를 통합해 DB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 표로하는 사업이다.
특히 기술개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조사、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대기업 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을 주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안에 따르면 관련기관및 업계 관계자들로 전자기술산업 정보시스템 구축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기술정보및 파생정보등을 수집하면서 정보제공 형태、 내용등을 확정하는 역할을 하고 산하에 파생정보별로 3개의 실무위원회를 구성 이 실무위원회 중심으로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통상산업부가 추진중인 산업정보망 구축사업과 중복될 가능성이있어 전자산업쪽만을 별도로 떼내어 추진하는 이 사업이 채택될지는 미지수 다. 기술인력 양성> 이번에 내놓은 기술인력 사업은 연구기관 또는 교육기관에 파일럿플랜트를 건설해 여기서 전자부품및 재료분야의 개발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담고 있다.
우선 전자부품및 재료쪽에 주안점을 둔 것은 이들을 생산하는 업체가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기술인력난이 만성화된 문제점으로 계속 지적돼온 부분이다.
특히파일럿플랜트의 구축을 통한 기술인력 양성은 중소전자업계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대학등에서 배출된 기술인력은 대부분 대기업을 선호함으로써 대학에 관련학과및 교육인력을 확대한다해도 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매우 적다는현실에 비추어볼때에도 이 계획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즉파일럿플랜트를 중소전자업체들이 적극 이용하면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인력의 기술수준을 높이고 이 파일럿플랜트를 매개수단으로한 산.학.연 공동개발사업등을 추진할 경우 전자부품및 소재산업의 기술기반은 현재보다 상당히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기술협력> 전자공업진흥회가 이번에 제시한 국제기술협력사업은 외국인증제도에 대한 지원、 특히 EU의 CE마크제 실시에 대응한 EMS 시험설비 확충이 골자다.
전자파내성을 측정하는 EMS 시험설비는 투자부담이 커 현재 일부 대기업들 만이 갖추고 있을뿐 중소업체들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생 산기술연구원이나 전자부품종합연구소、전파연구소등에 이 시험설비를 갖춰중소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CE마크 인증획득없이는 사실상 EU지역에 전자.전기및 통신기기 의 수출이 불가능하게 되고 중소기업들은 독자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없어현안과제로 지적돼온 부분이다.
그러나이 안은 EMS 시험설비의 도입쪽에 초점을 두고 있어 정부의 기술하부 구조확충 5개년 계획에 반영되기 보다는 별도의 지원사업으로 채택될 것 같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