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신화、 멀티미디어에서 다시 한번". 삼성그룹이 이같이 외치며 멀티 미디어사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삼성그룹은 지난 26일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멀티미디어사업에 대한 기본전략을 일부 공개했다.
삼성은 21세기 정보사회에 대비해 삼성전자 전체 매출액의 22%를 차지하고있는 정보통신등 멀티미디어사업의 비중을 오는 97년에 32%、 2천년에 38% 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투자규모는 오는 97년까지 2조원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반도체신화를 일궈낸 삼성전자를 앞으로 정보통신등 멀티 미디어기간사업의 주력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또다른 주력사업으로 그동안 삼성전자가 도맡아온 TFT-LCD사업의 대부분을삼성전관으로 이관한다는 그룹의 방침은 삼성전자가 멀티미디어사업의 간판 기업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삼성은 멀티미디어사업의 성장가능성을 다른 어느 사업보다도 높게 평가했다. 오는 2천년까지 삼성그룹의 가전과 반도체 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을 각각7% 17%이지만 멀티미디어사업은 무려 29%에 이른다.
이같은 예측이 들어맞을 경우 삼성그룹이 멀티미디어사업에서 거둬들일 수확 은 오는 2천년께 11조8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이는 12조4천억원에 이를 반도체부문 매출에 버금간다.
삼성전자를 멀티미디어 주력기업으로 내세움으로써 삼성그룹의 전자부문 사업구조도 앞으로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지난 80년대부터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반도체등 삼성전자부문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던 가전사업은 고품질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쪽으로 구조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백색가전부문의 공장을 해외 또는 지방으로 이전, 생산원가 를 줄여나가고 본사는 제품개발과 연구개발투자에 주력하도록 하는 구조개편 작업에 들어가 있다.
전관.전기등 부품관련 계열사도 제품 개발방향을 멀티미디어사업쪽으로 궤도수정할 전망이다.
삼성전관은 이번 그룹 방침에 따라 삼성전자로부터 물려받게 된 TFT-LCD등 멀티미디어핵심디스플레이사업을 보다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기는 그룹의 정보통신사업에 쓰일 관련 부품의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멀티미디어사업에있어서 삼성이 당분간 주력할 분야는 정보통신망및 단말기 등 멀티미디어하드웨어로 점쳐지고 있다.이와 관련 최근 삼성은 다른 그룹들 처럼 데이콤의 인수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삼성그룹 재무팀의 유석열상무는 "현재 삼성생명등 계열사에서 데이콤 주식 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10%인 지분상한제 때문에 인수는 불가 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LG등 경쟁그룹들이 최근 데이콤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도 당장 데이콤의 인수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또 멀티미디어사업의 또다른 축인 멀티미디어서비스사업에 대한기본방침도 이번에 내놓았다.
기본 뼈대는 전자、 물산、 제일기획등 계열사에 분산된 이 사업을 당분간 계열사마다 독자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 자체가 아직 설익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또 계열사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영상소프트웨어사업을 통합、 운영한다는 그룹 방침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이 기업설명회에서 앞으로외국영화사 인수등 영화사업을 강화하고 방송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혀관심을 모은다.
그런데 삼성의 이같은 멀티미디어사업전략은 한 가지 큰 맹점이 있다는 지적 이 재계 한쪽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의 멀티미디어사업은 그 투자재원이 될 반도체사업의 흑자가 앞으로도지속돼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물론 세계 반도체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어 삼성의 반도체사업도 당분간 승 승장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사업의 성장세도 몇년 뒤에는 둔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또 삼성의 반도체사업은 대부분 메모리분야에치우쳐 앞으로 고성장이 예고된 멀티미디어관련 비메모리분야에서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사업이라는 안정적인 투자원천도 시장상황에 따라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반도체사업에서 얻은 수익의 상당부분은 삼성그룹의 또다른 주력사업 인 자동차사업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짙다. 삼성전자는 애초 약속과 달리 삼성자동차에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출자할 규모는 올해에만 8백 억원이나 된다.
엄청난 자본과 장기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멀티미디어사업의 특성상 삼성그룹 의 멀티미디어사업이 제 모습을 드러낼 시점은 한참 뒤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