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상 유통업계 인력난 (5.끝);원인과 대책

국내 전자유통산업계의 인력난이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업계의 불안감이 증폭 되고 있다. 특히 국내 유통시장 완전개방이 불과 8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오면서 이같은 불안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인력난은 현재 전산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다. 전반적인 경기호조로 인력 수요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산업계가 인력난에 처해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유통업계의 인력난이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조업체는개개의 인력보다 조직이 우선시된다. 하지만 유통산업의 경우 제조업계와 달리 "사람장사"라 불릴 정도로 철저히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자산업의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요 이유중 하나다. 제조산업 중심의 국내 전자산업구조는 점차 유통산업의 비중이 높아지는 선 진국형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분수령이 지금이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바로 이러한 자연스런 산업구조 고도화 추세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인력난이라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96년 1월 국내 유통시장이 완전개방된다는 사실도 유통업계 인력난 의 심각성을 대변해주는 문제. 세계 공룡기업들의 무차별적인 공세가 목전에 와 있지만 국내 유통업계는 사람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이번 인력난은 자칫 전자유통업계의 체질강화는 커녕 외국업체에 노른 자위를 넘겨주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배경과 함께 유통업계 인력난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 사안에서 출발하고 있다. 첫째는 국내 유통산업계가 앞다퉈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전、 컴퓨터、 반도체、 전자양판점등 업종、 업태 가릴 것없이 국내 유통산업군단들은 엄청난 사업확대를 추진중에 있다.

가전의 경우 가전3사 모두 유통시장개방에 대비、올해 1백여개씩의 대리점 확충 계획을 갖고 있고 컴퓨터유통산업계는 가격파괴를 앞세운 전국망 개념 의 PC양판점 사업에 잇따라 착수하고 있다. 종합 전자양판점사업을 추진중인 업태에서도 유통망 확충및 기존 대리점의 양판점화 작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다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이 앞다퉈 유통사업 진출 계획을 확정 최근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나서는등 요즘 유통산업계는 신규 진출을 포함한 사업확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러한 사업확대의 속을 들여다보면 가격파괴、 양판점사업 등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변화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을 대거 담고 있을 정도로 단순한 양적 팽창 차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양적팽창 못지 않게 체질개선과 관련한 신규인력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외국 대형업체들의 진출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미 국내 전자유통시장에는 소니、 필립스、 아이와、 마쓰시타、 제너럴일렉트릭 지멘스、 월풀、 후버를 비롯한 세계적 가전업체는 물론 애로、 애브넷 퓨처등 세계적 반도체유통업체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했거나 상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한마디로 국내 전자유통시장은 집안싸움이 아니라 외국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외국업체들의 진출과 관련 신규인력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이는 국내 전자유통업계 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현재 국내 전자유통산업계에서의 부족 인력을 추산해 보면 가전의 경우 일반서비스 인력 1천5백명、 AS인력 5백명등 총 2천여명정 도가 부족한 것을 비롯 컴퓨터부문 1천명、 종합전자양판점 1천명등 전체 4천5백명규모에 달한다. 이같은 인력난도 현재의 인력수급현황을 고려해 볼때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수요업체들은 대부분 경력자를원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신규 인력 채용시 최소 수년간 투자해야 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업계에는 스카우트 열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스카우트 열풍은 유통인력의 이합집산이라는 왜곡현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 전자유통산업계도 필요할 때 모셔오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람을 육성하고 키우는 풍토를 스스로 마련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유통시장에서의 주도권 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제조업계의 인식 또한 유통산업을 별도 산업군 으로 인정、 지원해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통전문 인력 양성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제라도 정부가 유통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육성책및 지원책에 나서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