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와이드 브라운관시대가 열릴 것인가.
삼성전관의 24인치 와이드 브라운관 개발및 양산발표(1면에 관련 기사)는 국내시장에 본격적인 와이드 브라운관 돌풍을 예고하는 것이다.
와이드 브라운관은 사실 디스플레이업계가 틈새시장(니치마켓)공략 차원에서 추진해온 것이다. CPT및 CRT의 공급부족으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있는 브라운관업계지만 유독 25인치이상 대형CPT가 내수부문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말부터 대형C PT의 성장폭이 의외로 좁아 생산량을 크게 늘렸던 업계가 일부재고까지 안고있는 실정이다.
TV시장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고선명TV(HDT V)의 상용화는 아직 멀었고 평면도나 화질개선에 초점을 맞춘 기존제품의 경쟁은 한계에 와 있다. 관련제품의 세계시장성장률이 연평균 5%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브라운관업계는 와이드제품을 돌파구로 설정、 마케팅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화면 비율로 인한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일본에서는 이미성공했다. 지난해 1백만대를 간신히 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백50만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올해에는 3백만대를 훨씬 넘어 4백만대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CPT에서 고전하는 국내업체들에게는 활로인 셈이다. 삼성전관뿐 아니라L G전자.오리온전기 등도 와이드제품개발에 적극적이다. 28인치와 32인치 등대 형부문에서는 이미 3사가 격돌하고 있으나 아직 내수시장형성은 이르다는평가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가격이다. 브라운관매출의 바로미터인 세트의경 우 28 및 32인치 와이드TV가격은 2백50만원이상으로 이미지제품에 불과하다.
삼성전관의24인치발표는 상용화시대개막에 불을 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보인다. LG전자와 오리온전기도 곧바로 신제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24인치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세트가격도 1백40만원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25인 치 및 29인치 일반형TV가 1백만~1백50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면에서 소비자를 충분히 유인할만하다.
특히 올해에는 와이드 기종의 수요를 촉진시킬 주변여건이 매우 좋다. 우선내년 애틀랜타올림픽은 판촉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 시장이 형성된 것도 아시안게임이 계기가 됐다. 와이드 화면이 운동경기시청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위성방송도 마찬가지. 위성방송은 기본적으로 와이드방식으로 송출한다. 케이블TV방송의 본격화도 와이드TV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는 물론 영화감상에도 일반형보다는 훨씬 강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세컨드제품개념이 국내에서도 보편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반형TV를 1대보유하고 있는 가정에서 이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종을 하나 더 구입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대체 수요가 아니라 신규수요라는 점이 업계 로서는 매력이다.
브라운관 3사는 24인치를 기점으로 와이드기종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대형CPT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킬 여건은 갖춰져 있다. 문제는 품질이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내업계는 시장형성분위기만 형성해주고 실제시장은 일본업체들이 독식할 우려가 크다. 용산상가에서는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