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유통업계의 쌍두마차격이던 소프트라인과 소프트타운이 그동안의경쟁관계를 청산하고 공동출자를 통해 초기자본금 50억원 규모의 컴퓨터 가격파괴 전문회사 (주)컴퓨터그룹을 설립키로 한 것은 내년 국내 유통시장 완전개방에 대비한 유통업계 나름대로의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신설 합작법인의 공동대표인 성필원 소프트라인 사장과 신근영 소프트타운 사장은 이 합작법인 설립배경에 대해 "중소업체에 불과한 양사의 자본력과 조직력、 마케팅력등을 통합、 대기업과 외국기업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유통시장개방 대비 차원임을 시사한데서도 잘나타난다. 양사 사장들은 이와함께 "양사의 가격파괴사업 통합으로 홍보비와 마케팅 비용등의 절감과 대량구매로 인한 가격인하、 질 좋은 애프터서비스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에서 주목할 점은 이제 국내에도 초대형 컴퓨터전문 유통업체가 등장하게 됐다는 점이다. 초기자본금 50억원은 현재 전자관련유통 업체중 가장 큰 기업인 서울전자유통의 자본금에 비해 5배이상에 달한다는것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된다. 특히 각종 제품을 종합판매하는 대형 백화점 의 자본금이 최고 70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컴퓨터유통업체로는 공룡기업이 된다. 물론 이 신설회사가 프랜차이즈사업체의 본부성격임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자본금 규모는 큰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소프트라인의 "컴퓨터클럽"은 현재 1만6천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소프트타운도 2천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같이 양사가 합칠 경우 회원수는 단번에 2만명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제 가격파괴 점의 우위성은 회원수가 얼마나 많으냐에 달려있다고 볼 때 그 영향력 또한 만만치 않다. 그만큼 앞으로 이 신설회사가 국내 컴퓨터유통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컴퓨터유통시장을 주도할 경우 유통업체의 바잉파워도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에 신설되는 회사가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는 물론 제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컴퓨터유통업계에 유통시장개방에 대비한 공동보조 분위기가 크게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 유통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이같이 양사가 초대형 컴퓨터유통회사를 설립키로 하면서 출자자의 제한 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에 소프트라인과 소프트타운이 경쟁관계에서 동반관계로 급선회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조직력이 열악한 중소업체 간에 "제살깎아먹기식"의 무리한 경쟁을 계속할 경우 결국 한두개 업체가 도산하거나 부실화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마디로 중소 전문업체끼리 무리한 사업확장 경쟁을 벌이다가 모두 망하는 것보다 협력을 통해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라인과소프트타운은 그동안 가격파괴 사업에 대한 홍보비로 매달 수 억원을 투자해왔으며 매장 임대비와 물품구입비등으로도 막대한 자금을 지출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회원들의 회비와 수익금을 이처럼 대부분광고 및 매장설치 비용으로 투자、 출혈경쟁을 계속해와 자칫 가격파괴 사업 을 하고 있는 모든 업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관련업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소프트라인과 소프트타운이 합작으로 만들어낼 컴퓨터그룹이 정상가동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많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그동안 경쟁관계로 지내왔을 뿐 아니라 가격파괴사업을 통합시킬 경우 기획과 의사결정등에서 갈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조직과 구매.판매 등에 중복투자되고 있는 부분을 정리하고 한 회사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그동안 컴퓨터유통시장은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대리점과 중소 조립PC를 판매하는 유통업체등이 주도해왔으나 지난해부터 메이커에 관계없이대기업 및 중소업체 조립PC를 일반 대리점보다도 싸게 판매하는 양판점형태 의 가격파괴점이 대거 등장、 대기업과 기존 컴퓨터유통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병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