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일제당의 갑작스런 드림워크스투자건 발표는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서 격돌하고 있는 삼성가의 첨예한 대립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상징 적인 사건이다.
이날 제일제당의 고위관계자는 "1년전부터 영상소프트웨어사업 진출을 위해드림워크스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 왔다"면서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고려, 초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삼성측이 스필버그와의 협상결렬로 투자 를 포기함으로써 드림워크스사에 3억달러를 투자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삼성그룹에서 분리를 추진하면서 재산분쟁에 따른 감정적 대립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제일제당이 모그룹인 삼성그룹에 일대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여기고 있다.
즉 삼성그룹이 역점을 두고 주력업종으로 육성하고 있는 영상산업분야에서 제일제당이 정면승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당초 드림워크스사 투자건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앞장서서 추진해 오던 사업중에 하나였다. 삼성그룹은 스필버그와 접촉해 6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경영권보장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협상과정에서 지난 2월 이회장이 손수 미국으로 건너가 일개 영화감독에 불과한 스필버그를 만나 최종적인 담판을 벌였으나 결국 양측의 입장차이로 협상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삼성은 최근 몇년간 자동차사업진출의 성공과 함께, 반도체부문에서 거둬들 인 막대한 수익을 앞세워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흡수.합병(M&A) 에 나서는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 드림워크스사에 대한 투자협상 실패는 삼성의 입장에서 보면 뼈아픈 일임에 틀림없다. 삼성이 실패한 일을 제일제당이 성공했다는 것은 삼성그룹의 콧대를 여지없이 꺾어 놓는 셈이다.
제일제당의 드림웍스사 투자건은 한마디로 재산문제로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는 이회장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이나 다름없는 사건이다.
이처럼 드림워크스사의 투자발표건은 제일제당이 이제 삼성그룹에게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면서 동시에 삼성가의 사람들이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서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되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제일제당을 비롯해 새한미디어, 디지털미디어등 삼성가의 3세들은 영상 소프트웨어사업에 의욕을 보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각개약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들 3세들보다 한발 앞서 영상소프트웨어사업을 주력사업의 하나로 육성시키려는 의지를 갖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인 이 병철회장의 3남으로 그룹회장자리를 차지한 이회장은 개인적인 관심을 앞세워 향후 21세기의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하여 그룹차원의 "영상사업단" 설립 을 가시화하는 한편 계열사별로 영상소프트웨어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초일류기업 으로 성장한다는 장기 비전을 세우고 최근 "나이세스팀"과 소프트웨어사업팀 을 앞세워 음반을 비롯해 영화, 비디오, 게임, 멀티미디어타이틀등 영상 소프트웨어 전분야에 무차별적으로 손을 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외영상소프트웨어업체들과의 제휴뿐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멀티미디어타이틀의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은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의 종합영상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목표 아래 방송을 포함해 영상소프트웨어, 관련 부대사업등을 전개해 나가고있다. 현재 삼성물산은 유료영화채널인 케이블TV "캐치원"의 운영과 함께 명 보극장을 임대, 극장운영사업에도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드림박스"를 통해 홈비디오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물산은 주문형비디오(VOD)사업과 위성방송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으며 부대사업으로 테마파크사업의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도 유료다큐멘터리채널인 케이블TV Q 채널운영에이어 최근 영화사업에 뛰어들기로 하고 영화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별 로 영상소프트웨어사업에 적극 달라 붙고 있는 상황에서, 제일제당으로부터 뒷통수를 맞은 삼성그룹은 경쟁그룹을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3세들이 운영 하는 형제기업들의 공격을 걱정해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됐다.
<표참조> 고 이병철 회장의 종손인 이재현 상무가 실질적인 경영주인 제일제당은 최근최근 드림워크스사에 3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모래 시계로 화제를 불러 일으킨 김종학PD팀과 합작, "제이콤"을 설립하는 등 영상소프트웨어 분분야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제일제당은 성장과 수익성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기존식품과 생활용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고성장, 고수익이 기대되는 첨단산업분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제일제당은 이 분야의사업에서 삼성그룹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삼성을 능가하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에서 제일합섬을 넘겨받은 새한미디어도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서 삼성과의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이창희씨(이건희회장의 둘째형)의 장남인 이재관사장이 경영주인 새한미디 어는 최근 영상음향소프트웨어 유통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인 영국의 버진사 와 합작 "새한버진메가스토아"를 설립하고 영상소프트웨어 유통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새한미디어도 프로테이프 생산업체에서 영상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새한미디어 이재관사장의 친동생인 이재찬사장은 아예 엔터테인먼트회 사인 "디지털미디어"를 설립, 영상소프트웨어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는종합영상소프트웨어업체를 꿈꾸면서 현재 "스타서치"를 통해연예인매니지먼트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신인가수를 발굴, 음반제작과 함께 TV프로그램제작에도 손을 대고 있다.
이처럼 삼성가의 2, 3세들은 하나같이 영상소프트웨어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어 어쩌면 삼성가의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숙명적으로 맞부딪쳐야 하는 영상소프트웨어사업분야에서 삼성가의 2, 3세들이 펼쳐 보일 경영 솜씨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삼성가의 영상소프트웨어사업투자는 국내 영상소프트웨어의 경쟁력 강화 못지않게 오히려 감정싸움으로 흘러 실익없는 과잉투자로 흐를 염려도 없지 않다.
원철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