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전자부품.대우전자부품 등 국내 부품 3사가 올 하반기부터 해외 생산을 본격화 한다.
삼성전기가 90년대 초 부터 유럽 및 태국등지에 진출한데 이어 후발주자인 LG와 대우의 해외 공장들도 올 하반기 일제히 가동에 돌입、 국내 부품업체들 도 해외생산 시대를 열게 됐다.
부품 3사의 해외 생산은 자체 필요성 보다는 계열 세트업체의 국제 환경변화 에 따른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가전을 중심으로 한 세트업체 들은 최근 현지생산.현지판매 체제 구축을 절대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종전에는 조립 라인일지라도 투자 유치를 장려해왔던 대부분의 국가들이 WTO체제 출범과 함께 유.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은 좋지만 부품을 전량 들여오거나 반제품 형태로 반입、 조립단계만을 거쳐 판매하는 것은 자국 시장만 내주는 꼴이라는 인식 아래 원부자재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일관 생산라인을 갖출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고용증대 효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국 산업에 무언가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최근 EU가 국산 VCR를 비롯한 가전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반덤핑 조사를 실시한 것은 이같은 추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VCR나 전자레인지 등 세트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품업계에게는 로컬 수출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튜너를 비롯、 부품업계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부품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현지 조립을 위해 반입하는 부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태세이다. 중간재인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전관 독일공장은 현지 부품 조달률을 맞추기 위해 DY나 FBT 등은 삼성전기와 현지기업에서 구입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유럽뿐 아니라 최근 진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나 미주지 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현지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수입 부품에 대한 부가세 환급을 철회하겠다고 밝혀 업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사양산업에 대한 생산기지 이전도 그에 상응하는 첨단 품목이나 기술 이전을 약속해야 허가하고 있다.
삼성이가전 공장 진출을 위해 반도체를 끼워 넣은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도 NAFTA 발효 이후 비슷한 규제를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품업계는 세트업체와 계열화를 이루면서 해외 생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을 겨냥한 멕시코나 유럽의 독일、 중국 진출 등도 모두 세트와 부품을 모두 같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복합 개념이 도입됐다.
해외진출과 관련해 부품 3사중 가장 두드러지는 업체는 대우전자부품이다.
이회사는 3사중 매출 규모는 제일 작지만 세계화.현지화에는 가장 적극적이다. 대우는 올해에만 4개국에 6개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중국에 연대공장 등 2개、 베트남에는 송베공장을 비롯한 2개、 유럽은 북아일랜드와 폴란드 공장이 올해 가동에 들어간다. 곧 진출할 예정인 멕시코까지 포함하면 세계 주요 거점은 모두확보하는 셈이다. 생산품목은 튜너、 콘덴서、 DY및 FBT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TV및 모니터용 DY를 연 3백만개 이상 생산한다. 베트남 송베공장 은 전해콘덴서와 탄탈콘덴서를 각각 월 8천만개와 1천만개씩 양산할 것으로알려졌다. 해외진출에 가장 신중한 편인 LG전자부품은 올 6월과 12월 멕시코 및 중국 혜주공장을 가동한다. 스위치와 가변저항기를 7천만개 이상 양산할 중국공장 은 현재 가동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멕시코공장은 튜너를 오는9 7년에 3백만개 수준까지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서도VC R용 비디오 헤드를 6백만개씩 위탁 가공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 전기도 포르투갈 및 태국공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부품 3사의 해외 생산 물량은 일차적으로 인접 계열사 세트업체에 공급된다.
때문에대부분 초기 생산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계열사 물량만으로 는 해외 공장의 경영을 정상화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세트업체에 대한 공급확대를 위한 자체 마케팅 능력 확보문제가 현지기반구축의 관건이 되고있다. 이 때문인지 부품 3사는 올해 가동하는 현지공장 생산품을 계열사는 물론 현지 세트업체에도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판매법인 이나 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은 물론 기존 계열 세트업체의 유통.정보망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런 작업은 단기간에 이루질 수는 없다. 따라서 부품업체들 이 현실적으로 현지 세트업체를 공략해 일정 규모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결국 당분간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세트업체들의 성패에 자신들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택 기자>